▲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2018년 100만 조직화가 실현됐다. 더욱 박차를 가해 2019년에는 200만 조직화를 향해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점프를 하자.” 지난 8일 한국노총 신년인사회에서 김주영 위원장이 한 확인과 다짐이다. 요즘 유튜브 인기조회 ‘노동점프’와 함께 “새해 ‘조합원’ 많이 받으세요”라고 쓴 커다란 걸개그림이 올해 한국노총의 목표를 잘 보여 줬다. 조합원 확대와 강화를 위한 원년을 선포한 것이다.

신년인사회 전반에 짧게 진행된 강연에서 김주영 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이원화되고 구간설정위원회에서 노동계가 배제되는 등 최저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노동시간단축·탄력근로제 등 새해에도 노동정책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고 꼬집으며 2019년 개별 노동현안과 이를 풀어내는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2019년 새해가 반가운 것은 조합원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지난해 조직 규모 증가와 관련한 보도가 이어졌다. 한국노총 조합원이 100만명을 넘었고 민주노총 조합원도 90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같은 증가추세라면 2019년 안에 조합원 300만명 시대를 바라보고, 노조 조직률도 12~13%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년 가까이 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진행된 ‘노동존중 사회’에서, 여전히 부족하지만, 가장 큰 변화가 바로 노동조합수와 조합원수 증가임이 분명하다.

예상컨대 노동조합의 양적인 증가는 어렵게만 보이고 꼬여 있는 노동현안들을 풀어내는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양이 쌓이면 질적인 변화를 몰고 오기 마련이다. 조합원 증가는 분명 노동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견인할 것이다. 최저임금 문제나 노동시간단축 문제도 바람직한 결실을 맺지 않겠나. 이런 힘은 노동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예고는 했지만 자연스레 노동기본권 관련 제도개선으로 나아갈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이와 관련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이다.

노동기본권은 그 무엇과도 교환할 수 없는 절대적 기본권이다. 국가와 사회의 보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천부적인 자유권이다. 이러한 정신과 이념적 기초에서 노조법도 개정돼야 한다. 다만 최종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매우 치밀해야 한다. 올봄에 당장 노동자가 바라는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바둑에서 수순이 중요하듯 목적만을 앞세운 나머지 그 순서를 가벼이 해서는 안 된다. 한 수가 패배다. 지난 최저임금 제도와 노동시간단축 경험을 잘 새겨야 한다. ‘줬다 빼는 방식’은 누구에게도 불만이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 중 불가피한 선택에 직면한다면 먼저 할 수 있는(해야 하는) 과제는 ILO 협약 비준이라고 생각한다(많은 이들이 동의하리라). ILO 가입 당시 우리나라는 이미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고 사회적으로도 ‘이제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문명국가로 나아가야 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또한 ILO 100주년을 맞아 노동선진국에서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노동환경 기준을 더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내부 사정이지만 지금 국회는 노조법을 개정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법률만큼은 아니더라도 하위 규범으로 보완하는 것도 주저할 일이 아니다. 창구단일화라는 기본 틀을 변경하기는 어렵지만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에서 교섭단위 분리에 관한 해석을 보다 적극적으로 한다면 소수노조의 노동기본권이 훨씬 충실하게 보장되리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는 어떤가. 누차 주장했지만, 법률 개정 없이 행정부 권한만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나은 운영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법에서 상당 부분 행정규범으로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타임오프 한도와 구간을 지금보다 넓히더라도 위법이 아니다.

노동문제는 늘 상대가 있고, 특히 타임오프 문제는 다양한 이익주체의 갈등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분명 상대는 대가를 원할 것이다. 반상 위에 아깝지 않은 돌이 없고, 노동기본권이 교환 대상이 아님을 앞에서도 확인했지만 그럼에도 만약 그러한 상황이 닥친다면 결단해야 한다. ‘전부가 아니더라도 일보 전진할 수 있는 길’이라면 마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누리는 방향만 바르다면 말이다. 2019년, 300만 조합원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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