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시위를 시작했던 피해자들은 60대에서 80대로, 일본군 만행을 알리기 위해 뛰어들었던 이들은 20~30대에서 50~60대가 됐다."

윤미향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 대표가 과거를 회상했다. 정의기억재단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9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1천369차 정기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14일 증언을 하면서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이듬해 1월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가 방한을 준비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은 같은해 1월9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성노예 문제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수요시위 시작이다.

강덕경·김순덕·이순덕·지돌이·손판임…. 27년이 지나는 사이 수요시위에 참여했던 피해자 할머니 20여명이 숨을 거뒀다. 이날 수요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할머니들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윤미향 대표는 "일본 정부가 사죄하는 날까지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달라"며 하늘을 봤다. 정의기억재단에 따르면 남은 피해 생존자는 25명이다.

수요시위를 시작한 해를 기념하기 위해 1992년생 참가자 김샘(27)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피해자 할머니들 덕분에 평화와 인권을 배웠고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살고 있다"며 "우리는 반드시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받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수요일은 평화다"고 외쳤다.

정의기억재단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성명에서 "27년간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의 용기와 피해자들과 함께한 시민들의 의지로 전 세계 곳곳에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와 그 참상이 알려졌다"며 "일본은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공식사죄와 배상을 통한 법적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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