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200자 기준으로 한 장에 3천500원 받아요. 단행본 한 권을 만들면 700만원 정도예요. 책 만드는 데 6개월 정도가 걸리니 한 달에 110만원 정도 버는 거죠. 최저임금도 안 되지만 번 돈은 다 모아 두고 있어요. 저를 지켜 주는 건 제 통장밖에 없더라고요."

3년차 프리랜서 번역가 A씨의 말이다.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프리랜서 노동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프리랜서 지원 조례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도의회 청년세대를 위한 연구회와 경기청년유니온, 경기연구원은 7일 오후 수원 장안구 수원시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경기도 청년 프리랜서 실태보고회'를 열었다. 지난해 9월 '경기도 프리랜서 지원 및 보호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자리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하은 경기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19~39세 청년 프리랜서 7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팀장은 "프리랜서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어려움은 프리랜서에 대한 법적 보호를 관할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임금체불"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 지위에서 종속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임금체불에 프리랜서가 대응할 방법은 민사소송이 유일하다.

송주희 성공회대 외래교수(경영학)는 "최근 여러 서비스산업에서 플랫폼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프리랜서 같은 비공식고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프리랜서 노동자를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민관 협치사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프랑스 사업고용협동조합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프랑스 사업고용협동조합은 번역가나 디자이너 같은 프리랜서와 근로계약을 맺고 경영·금융·회계·사회보험 대행기관이 된다. 사업고용협동조합은 예비창업자 인큐베이팅 사업도 한다.

김강호 경기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직장생활에 지치거나 조직문화에 대한 반감으로 프리랜서를 택한 사람이 많아 파편화된 특징을 보인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의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한데 협동조합 모델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의회 신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경기도 청년 프리랜서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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