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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 보니] "최저임금 인상속도 늦추려다 최저임금위 맥 끊어"노사 목소리 약해지고 정부 주도성 강화될 듯 … 노동자위원들 "최저임금위에 긴급 전원회의 요구할 것"
정부가 결정구조 이원화를 골자로 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내놨다. "합리적·객관적·공정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마련"을 이유로 들었지만 현장에서는 "합리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에 참여하는 전문가·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 또는 노사와 공유한다는 방침인데, 벌써부터 정부 목소리만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편안이 각 9명인 최저임금위원회 노·사·공익위원을 최소 7명에서 최대 5명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노사 당사자 결정’이라는 최저임금 결정 대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노동자위원들은 "산입범위 확대를 제외하면 최저임금 제도개편 관련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위에 긴급 전원회의 개최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일방적 제도개편에 비판 거세=정부가 7일 오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현재 노·사·공익 3자위원회 방식을 유지하되 합리성과 객관성·공정성 제고 측면에서 구간설정위와 결정위로 이원화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결정체계 개편으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복됐던 소모적인 논쟁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라며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 생각대로 소모적인 논쟁이 줄어들까. 정부는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 논의를 이번 제도개편 초안의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산입범위에 논의가 집중되면서 노사가 제시한 6개 과제 중 5개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인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에서 제도개편안을 마련했지만 노사가 논의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노사가 제시한 제도개선 과제 중 지난해 산입범위 확대, 올해 결정구조 개편 모두 사용자측이 제시한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위해 내년에는 업종별·연령별 구분적용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노사 당사자가 중심이 되는 대표적인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를 무시하고 고용노동부도 아닌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최저임금 개편을 말했다”며 “고용 문제와 영세 자영업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찾기가 아니라 최저임금 자체가 인상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 그는 “결정구조를 이원화해 전문가위원을 꾸린다면 (노사 간) 합의가 되겠느냐”고 반문한 뒤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늦추려다 자칫 최저임금위 맥을 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 지불능력 없으면 최저임금 안 올려도 되나?=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와 결정기준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노사가 추천한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경제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 폭 상·하한선을 정한다는 입장이다. 이해당사자인 노사는 전문가들이 정해 놓은 가이드라인 안에서만 협의할 수 있다. 노사가 이견 끝에 표결에 들어가더라도 노사 위원(최대 7명·최소 5명)보다 공익위원(구간설정위 전문가 포함 최대 16명· 최소 14명)이 월등히 많아 최저임금이 공익위원에 의해 결정되는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특히 고용·경제상황을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포함하면서 ‘기업 지불능력’을 명시했다.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자가 원하지도 않는 위원회를 만들어 인상구간을 정할 때 정부는 뒷짐 지고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라며 “고용수준·경제상황·사회보장급여 현황을 결정기준에 명시적으로 추가·보완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재계 압력에 굴복해 ‘최저임금 1만원’으로 대표하는 최저임금 인상정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문주 본부장은 “결정위에서 노사가 합의해도 공익위원이 반대하면 관철시킬 수 없는 구조”라며 “기업 지불능력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결국 지불능력이 없는 사업주는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 생활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최저임금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들은 9일 워크숍에서 정부의 졸속적인 개편안에 대한 비판 입장을 내고 최저임금위에 긴급 전원회의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영·배혜정 기자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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