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일이 고비다”

총파업이 임박하면서 노·정 양측이 파업 초기 3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기 3일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노정 약측의 입지가 결정적으로 엇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 ‘3일 승리론’=금융노조는 정규직원의 절반이 넘는 조합원 4만∼5만명 정도가 3일간만 자리를 비우면 전산망을 장악하지 않고도 그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정부와 은행측이 간부직원과 계약직사원을 동원해 창구업무를 꾸려나가는 것도 하루이틀이 한계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전산업무나 여신·국제업무 등은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인력의 빈자리가 커진다는게 노조의 설명이다. 전산은 전문인력이 아니면 당일마감업무 등의 처리 한계가 있어 파업 이틀째부터 전산과 관련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하고, 사흘째에는 주요 업무가 부분적으로 마비되는 상황이 빚어져 정부나 은행이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계약직사원은 대부분 퇴직자들이라 열심히 일해봐야 훗날의 보장이 없는 만큼 야근 등 고강도 업무를 견뎌내기 어렵고, 간부들도 심정적으로는 파업에 동조적이라 업무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노조측은 자신하고 있다.

금융노조의 윤태수 홍보분과위원장은 “은행원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했는데도 은행들이 사흘이상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그만큼 은행 인력이 남아돈다는 말이냐”고 반문할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3일 승리론의 가장 큰 변수는 파업 첫날 목표 인원을 동원할 수 있냐는것. 세몰이에 성공하면 그간 미온적이었던 소위 우량은행 조합원들의 동조도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파업 기간중 집단휴가계를 내는 방안을 마련해 노조원의 참여를 독려한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노조의 한 간부는 “파업으로 ‘얌전한 은행원’이란 인식을 바꾸기만해도 이번 투쟁의 목적은 상당 부분 달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3일 사수론’=우선 시장의 힘이 노조 파업을 오랫동안 용납하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영업이 이뤄지는 파업불참은행으로 자금이탈이 가속화하면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파업은행 노조집행부의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속한 은행이 구조조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불안감도 견디기 어렵다.

정부가 이날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불법파업에 ‘엄정대처’방침을 강조한것은 극단으로 치닺기 어려운 은행원들의 정서를 감안한 대처방안이기도하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법을 어기고 파업을 지속하는 것에 은행원들은 원초적 반감을 갖고 있다”며 “파업이 시작되면 3일 이내에 여론과 시장의 압력으로 이탈자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감독원의 파업대책도 초반 3일간에 맞춰져 있다. 금감원은 핵심인 금융결제원의 공동전산망은 가동에 필요한 필수요원(9백32명)보다 배에 가까운 1천3백57명을 확보하는 등 장기파업에도 견딜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일선창구 영업은 파업상황을 지켜보며 일부 지점을 통합하는 등의 단기대책에 주력하고 있다.

노조원의 파업강행에도 불구하고 정상영업을 계속하기로 선언한 은행들의 셈법도 마찬가지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노조의 강경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직원들 대부분이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치며 파업을 계속 진행하기는 곤란하다는 반응”이라며 “첫날에는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일부 직원들이 파업에 참가할지 모르지만 차차 이탈 세력이 늘어서 장기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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