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계열사인 에버랜드에 ‘알박기 노조’를 세워 신규노조를 무력화하고 노조간부를 미행한 뒤 꼬투리를 잡아 해고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1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아무개 전 에버랜드 전무, 에버랜드 직원 임아무개씨 등 13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 시행 전후로 일어났다. 검찰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삼성노조(현 금속노조 삼성지회) 설립이 추진되자 간부급 직원 4명을 앞세워 삼성에버랜드노조를 세웠다.

삼성노조는 제도 시행 뒤인 그해 7월18일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그런데 에버랜드가 한 달 먼저 설립된 삼성에버랜드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교섭권을 박달당했다.

검찰은 에버랜드가 지금은 해체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마련한 노사전략에 따라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해 직원들의 민주적 노조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경훈 부사장은 당시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부사장으로 활동하며 그룹 노무업무를 총괄했다.

노조간부 사찰 혐의도 공소사실에 적시됐다. 검찰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2011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을 비롯한 노조간부와 가족들 뒷조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조장희 부지회장이 대포차량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이를 해고사유로 삼았다.

대법원은 부당해고로 판결했다. 조 부지회장은 2017년 3월 복직했다. 강경훈 부사장은 이미 지난해 9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와해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의 기소를 환영한다”면서도 “경찰과 총수 일가로 수사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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