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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들의 송구영신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한화재벌이 여러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냈다. 광고의 주요 카피는 “2019년 더 잘 살기 위해”였다. 신문 한 면을 광고문으로 가득 메웠는데 첫째 문장은 “하루에 한 번씩은 자신을 칭찬하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마음을 다독이자”이고, 끝 문장은 “영어 회화공부를 다시 시작해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으면 합니다”였다.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란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우리는 지금 이 같은 소음이 귀청을 어지럽히고 75미터 굴뚝에서 영하 20도의 삭풍에 떨고 있는 두 노동자가 시선을 흔들리게 하는 삭막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희망으로 시작한 한 해가 실망으로 마감하고 있다. 2월 초에는 평창에서 '평화올림픽'이 개최됐다. 개막식에는 남과 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에 입장했다. 3월에는 이명박이 구속됐다. 촛불정부의 적폐청산은 박근혜 정권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도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보였다. 머지않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만들어 놓은 친미파쇼적 천민자본주의 체제까지 청산 일정에 오를 것 같았다. 촛불민중은 이런 기대를 가지고 적폐청산을 넘어 그런 적폐들의 뿌리인 구체제를 해체하고 변혁할 것을 촉구했다.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난 한 해를 결산해 보면 실망스럽다. 한반도 평화에서든, 적폐청산에서든 혁명적 결과물은 없다. 4월 혁명의 장면 정권에서처럼 매사가 혁명 이전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문재인 정권의 평화실현 노력은 미국이라는 부처님 손바닥에서 노는 손오공과 같았다. 적폐청산은 수구·보수정권을 떠받드는 세력을 그대로 둔 채 정권 우두머리들을 단죄하는 데 머물렀다. 수구정당은 해체되기는커녕 제1 야당으로서 오히려 협치의 동반자가 됐다. 수구관료들은 퇴출되지 않고 촛불정부는 이들과 손을 잡았다. 법복귀족들의 사법농단은 처벌되지 않았다.

더욱이 문재인 촛불혁명 정권은 노동자·민중이 아니라 재벌과 동맹을 맺었다. 촛불민중은 구체제가 독점재벌과 폭압적 국가기구 두 축으로 이뤄져 있으므로 그 두 축을 동시에 청산할 것을, 그래서 박근혜 구속과 함께 삼성재벌 총수 이재용 구속을 요구했다. 이런 민중의 압력을 받아 이재용은 촛불투쟁 중인 2017년 2월 구속됐다. 그러나 이재용은 올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촛불정권은 그를 상전으로 대접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더불어한국당’이라는 신조어도 유행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자유·보수세력이 집권했다. 그들은 촛불혁명을 수행하겠다고 공약하고 촛불민중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2018년 그들이 보여 준 정치는 한마디로 ‘배반의 정치’였다. 그들은 민중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마치 사기당한 것 같았다.

배반당하고 사기당한 사람이 낙관적이기는 어렵다. 더구나 내년에는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속에 희망이 깃들어 있다. 우리 노동자는 이제 더 이상 저들의 거짓된 정치에 속지 않을 것이다. 민중 스스로의 정권을 만들고 그 정권을 통해 천민자본주의 세상을 노동자·민중이 주인 되는 참세상으로 바꾸려 꿈틀거릴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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