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변호사가 된 이후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시간과 사건에 쫓겨 하루, 한 주, 한 달, 1년이 참으로 빨리 지나간다는 것이다. 2018년 많은 각오들을 뒤로한 채 이렇게 또 한 해를 보내려니 씁쓸하다. 한편으로 올 한 해를 돌아보니 부족했지만 나름 보람 있었던 일들도 떠오른다.

2.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강사법. 올해 6개월 이상을 이것 때문에 고생 좀 했다. 우연한 기회에 교육부 산하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 위원장을 맡았고, 약 6개월 동안 매주 수요일은 대학과 강사측의 치열한 논쟁의 현장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박정희 정권에서 박탈된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과 강사들의 고용불안 해소, 처우개선을 주제로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지난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 만 7년 동안 개정법이 시행되지도 못한 채 시행만 네 차례나 유예될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법안인지라 합의는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협의회 위원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최초로 대학측 위원들과 강사측 위원들, 국회 추천 전문가위원들 사이에 합의안이 도출됐다. 이를 받아 국회는 합의안을 중심으로 법안을 마련하고 최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가장 근접한 자리에서 법안이 만들어지고 통과되는 것을 지켜본 것 자체, 그리고 지금까지 대학교육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음에도 온전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강사들의 신분과 처우를 정상화시켰다는 점에서 고생을 보상하기에 충분했다.

3. 삼성노조 파괴. 최근 민변 노동위 송년회에서 상을 받았다. 노동위 내 삼성 노조파괴 대응팀의 모범적인 활동에 대한 상이었다. 공공연한 비밀로만 여겨졌던 삼성그룹의 전사적인 노조파괴 행태가 실체를 드러냈다. 민변 노동위는 대응팀을 구성해 그 전면적인 실체를 드러내고 종국에 삼성의 공식적인 무노조경영 폐기를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부족함은 있었지만 검찰 스스로 한국의 노사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하고, 삼성의 노조파괴 행태를 ‘반헌법적 조직범죄’로 규정하는 데 우리 대응팀이 작은 밑거름이 됐다고 자평하고 싶다.

4. 직장갑질119. 출범 1년1개월을 맞이한다. 한국 사회 ‘갑질’을 사회적 이슈로 제기했고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도록 했으며 직장갑질로 고통받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한발 더 나아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라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한 직장갑질119 활동에 민변 노동위의 많은 변호사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5. 이 모든 과정에 묵묵히, 뚝심을 갖고 장기간 신념에 찬 활동을 하신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다. 대학 강사들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고 온전한 강사법 시행을 위해 국회 앞 농성장을 12년 동안 지킨 전국대학강사노조 김영곤·김동애 선생님과 지치고 병든 몸을 끌고 전국을 누빈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님. 삼성 노조파괴 행태의 피해자이자 처절한 투쟁의 주체였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지회 동지들과 류하경·박다혜 변호사 등 민변 노동위와 법률원 동료 변호사들. 그리고 직장갑질119를 만들고 중심에서 지켜가고 있는 박점규·오진호 동지와 최혜인 노무사님. 이런 분들의 처절한 활동과 투쟁이 아니었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조그마한 보람도 없었음은 자명하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6. 이렇게 흘러가는 한 해를 뒤로하고 이제 다가오는 2019년 또 어떤 것들을 희망한다. 노조할 권리의 온전한 보장, 김용균법에서 더 나아가 생명과 안전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온전히 보장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직접고용 원칙의 현실화, 특수고용직 노동권 보장을 비롯한 비정규직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을 간절히 기대한다.

7. 2019년에 희망하는 많은 일들도 결국은 많은 사람들과의 교감이 관건이다. 더 많이 다가가고 더 많이 함께하는 노력을 약속하는 것으로 새해 다짐을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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