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이 노동존중 사회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의 보폭 맞추기였다면, 2018년은 서로의 다른 지향점을 확인하고 갈등의 서막을 여는 해였다. 노동시간단축·최저임금·사회적 대화 그리고 수많은 산업재해와 국회에서 발목 잡힌 민생법안까지. 그래서일까. 올해의 인물 상위권은 정부·여당 인사에게 돌아갔다. 면면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이유보다는 부정적인 이유가 노사정·전문가들의 선택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좌충우돌' 올해의 인물 1위 홍영표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전문가 100인에게 물었더니 가장 많은 이들이 올해의 인물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꼽았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15표를 받아 6위였던 그는 1년 새 1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32명이 그를 지목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던 올해 상반기 그는 기업 규모별 시행시기 차등적용과 휴일·연장근로 중복할증 금지를 담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의결을 주도했다. 당시 그는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처벌유예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란으로 허울만 좋은 노동시간단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홍 원내대표가 이끌었던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산입범위에 포함해 최저임금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한때 84%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45%(한국갤럽 28일 발표 기준)로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그리 낮은 지지율은 아니지만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그는 흔들리는 지지기반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한 해였다. 불안감은 정책에 투영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한 재계와 중소·영세 상인, 그리고 경제 위기로 시름에 잠긴 노동자 마음 모두를 잡으려 했으나 둘 다 잡지 못한 채 갈지자걸음을 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위에서 한 계단 내려와 2위(22표)를 차지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정이 8년 만에 한자리에 앉는 데 역할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21표를 받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노총이 아직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데다 탄력근로제 확대 등 굵직한 노동현안이 경사노위에서 다뤄지고 있어 문 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고군분투한 양대 노총
위험의 외주화에 희생된 고 김용균씨


4위부터 6위까지는 노동계 인사가 이름을 올렸다.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씨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8표씩 받으며 공동 4위를 차지했다. 김용균씨는 지난 11일 새벽 한국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라는 요구가 거세졌다. 김용균법으로 이름 붙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2018년은 다사다난한 해였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가 필요한 시기”라며 경사노위 출범에 힘을 보탰지만 정작 지난달 22일 출범한 뒤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올해 5월 국회가 최저임금법 개정을 밀어붙이자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했다. 여기에 한국잡월드·현대기아차 불법파견·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그리고 전교조와 세계 최장기 농성이란 슬픈 기록을 경신한 파인텍까지 현안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과 정부는 평행선을 달렸고, 김 위원장의 고민 역시 깊어졌다.

노동계 또 다른 축인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제안했던 그는 거듭된 부침 속에 사회적 대화를 궤도에 올리는 데 주력했다. “사회적 대화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며 올 한 해 경사노위 출범에 힘을 쏟은 그가 노사정·전문가에게 15표를 받았다.

떠나간 고 노회찬, 돌아온 한상균

떠나는 이를 기억하고 돌아온 이를 기대하는 마음도 순위에 반영됐다. 전현직 고용노동부 장관과 고 노회찬 의원·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얘기다. 김영주 전 장관과 이재갑 현 장관은 각각 13표와 6표를 받으며 7위와 공동 9위에 자리했다. 9월 취임식에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모두의 힘을 모으겠다”던 이재갑 장관은 고용정책에 몰입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직 장관의 근로감독 내실화 정책을 뒤집어 “단속 대신 자율시정”을 외쳤다.

지난 7월23일 드루킹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특별검사팀 소환을 앞두고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보정치인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사망 이후 노동자 인권개선을 위해 애쓴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8년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다. 이재갑 장관과 공동 9위에 오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2015년 11월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수감 2년5개월 만인 올해 5월 출소했다.

이 밖에 12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간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과 11년간 삼성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문제를 공론화하고 삼성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이끌어 낸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올해의 인물로 꼽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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