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3-19 거울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거울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18.12.31 08:00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 정기훈 기자어느 무명의 묘비처럼 영정은 그림과 이름 없이 빛났다. 하늘과 거기 흐르던 구름을 네모 틀에 품었다. 종종 그 앞에 선 사람들 온갖 꼴을 담았다. 거울이었다. 겨울, 국화가 얼었고 사람들은 울었다. 한 무리의 노동자들 팻말 들어 꼭 영정 같은 모습으로 그 앞에 줄줄이 섰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거울에 비쳤다. 거기 영정에 누가 들어도 놀라울 것 없었다고, 사람들은 일터를 증언했다. 내가 김용균이라고 눈 붉혀 말했다. 불 밝혀 먼저 간 이의 명복을 빌었다. 어두운 밤 찬바람 길을 촛불 밝혀 걸었다. 석탄처럼 검은 밤 홀로 일하다 떠난 청년이 비로소 외롭지 않았다. 컵라면 쌓여 배고프지 않았다. 죄 많은 엄마가 남아 꺽꺽 울었다. 생면부지, 그러나 닮은꼴 사람들을 안고 너는 살아남으라고 말했다. 그 이름 딴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이 진통 끝에 살아남았다. 반짝이는 거울 앞에 서서야 제 눈의 들보를 본다. 비용과 효율을 앞세운 업보다. 그조차 무뎌지곤 했으니 구의역 스크린도어 고치던 청년은 태안화력 컨베이어벨트 살피던 하청노동자와 기어코 만났다. 이 겨울 또 한 번 영정을 거울삼는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0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 정기훈 기자어느 무명의 묘비처럼 영정은 그림과 이름 없이 빛났다. 하늘과 거기 흐르던 구름을 네모 틀에 품었다. 종종 그 앞에 선 사람들 온갖 꼴을 담았다. 거울이었다. 겨울, 국화가 얼었고 사람들은 울었다. 한 무리의 노동자들 팻말 들어 꼭 영정 같은 모습으로 그 앞에 줄줄이 섰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거울에 비쳤다. 거기 영정에 누가 들어도 놀라울 것 없었다고, 사람들은 일터를 증언했다. 내가 김용균이라고 눈 붉혀 말했다. 불 밝혀 먼저 간 이의 명복을 빌었다. 어두운 밤 찬바람 길을 촛불 밝혀 걸었다. 석탄처럼 검은 밤 홀로 일하다 떠난 청년이 비로소 외롭지 않았다. 컵라면 쌓여 배고프지 않았다. 죄 많은 엄마가 남아 꺽꺽 울었다. 생면부지, 그러나 닮은꼴 사람들을 안고 너는 살아남으라고 말했다. 그 이름 딴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이 진통 끝에 살아남았다. 반짝이는 거울 앞에 서서야 제 눈의 들보를 본다. 비용과 효율을 앞세운 업보다. 그조차 무뎌지곤 했으니 구의역 스크린도어 고치던 청년은 태안화력 컨베이어벨트 살피던 하청노동자와 기어코 만났다. 이 겨울 또 한 번 영정을 거울삼는다.
기사 댓글 0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