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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집필표준계약서 도입 1년] 해고계약서로 전락한 표준계약서
▲ 최나영 기자
“해고된 뒤 노조에서 교섭 요청도 했지만, 사측은 법적 분쟁에 해당하니 소송을 하라고 했어요. 아무것도 보호받지 못하는 개별 작가들이 소송을 하겠어요? 결국 방송사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다른 방송일도 못하고 있어요.”

도미라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계약서TF팀장이 SBS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일하다 올해 3월 계약종료 통보를 받은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작가 집필표준계약서를 제정·권고함에 따라 올해 2월 SBS와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사측이 계약서에 적시된 계약기간을 근거로 방송작가들을 일터에서 내쫓았다는 것이다. 도미라 팀장은 “방송작가 권리보장이라는 집필표준계약서 도입 취지와 달리 노동자들은 여전히 쉽게 해고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2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작가 집필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발표했다. 구두계약 관행으로 임금을 떼이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 없는 방송작가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집필표준계약서가 쉬운 해고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방송작가 집필표준계약서 도입 1년을 맞아 방송사와 방송작가 간 불공정 계약 관행의 실태를 진단하고 해법을 고민하는 토론회가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집필표준계약서 도입 1년, 김 작가에게 무슨 일이?’를 제목으로 하는 토론회는 언론노조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우상호·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집필표준계약서 변형·악용 사례 빈번”

임경빈 지부 정책국장은 “문체부의 집필표준계약서 발표 이후 KBS·SBS 등 지상파 방송국이 이를 준용해 작가들과 서면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을 준비 중”이라며 “이런 흐름은 긍정적이지만, 방송사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을 명분으로 작가를 해고하거나, 문체부가 권고한 집필표준계약서 대신 독소조항을 넣은 자체 계약서를 작성해 작가들에게 강요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MBC 시사프로그램 메인작가 사례를 언급했다. 이들은 지난 7월 MBC와 계약만료일을 올해 12월 말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9월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임경빈 국장은 “계약서에 담긴 ‘민법에 따라 갑 또는 을의 의사표시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필표준계약서가 방송작가들의 다양한 노동형태를 포괄하지 못해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집필표준계약서의 초점은 방송작가의 집필활동에 맞춰져 있는데, 저작권 보호를 받는 작품 자체가 없는 신입작가는 계약서 적용을 받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임 국장은 “문체부는 신입작가는 기존에 발표한 방송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를 적용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방송작가 특수성이나 업무환경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집필표준계약서의 제대로 된 도입을 방송사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방송작가 노동환경과 관련해 근로감독을 비롯한 관리·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송작가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필요”

방송작가들을 위한 별도의 표준근로계약서를 제정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선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문체부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 어렵다고 말하지만, 이미 마련돼 있는 방송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나 최근 tbs가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맺은 근로계약서를 적절히 차용하면 방송작가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지상파 방송 노사가 올해 처음으로 산별협약을 맺으면서 비정규 노동자 노동조건에 관한 조항을 넣었지만 세세하지 못하다”며 “다음 산별협약 체결 때는 노사가 방송작가 표준근로계약서 포맷까지 합의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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