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 창원공장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 A씨(34). 6~7년 전부터 손바닥이 가렵고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증상을 앓았다. 간혹 수포도 피어올랐다. 몇 차례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신체적 기질 탓이려니 했다.

A씨는 증상이 3년 이상 지속되자 주위를 둘러봤다. 많은 동료들이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었다. 현대위아는 자동차 부품을 비롯한 산업기계를 생산하는 종합기계 회사다. A씨는 기계부품에서 방청유를 닦아 내고 조립하는 일을 한다. 방청유는 기계부품에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는 기름이다.

A씨는 “방청유를 닦아 내는 과정에서 시너를 쓰는데 수년째 일반 목장갑을 끼고 손이 젖은 채 일했다”며 “유해위험물질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할 사업주가 책임을 회피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피부질환을 앓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자 3분의 2 "피부병 앓은 적 있다"

26일 금속노조 현대위아창원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현대위아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재래형 직업병인 피부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경남근로자건강센터는 지난 21일과 24일 현대위아 창원 1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 11명에게 접촉성 피부염 진단을 내렸다.

현대위아 창원 1~3공장에는 지회 조합원 450여명이 일하고 있다. 1공장 조합원은 218명이다. 지회는 이 중 3분의 2 정도가 A씨처럼 시너 취급업무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회는 이달 17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 1공장 사내하청업체를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업장 대표가 유해물질을 취급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지회는 진정서 제출을 위해 조합원 서명을 받았다. 이병조 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서명을 받으면서 시너 등 유해물질을 다루는 조합원 150여명에게 ‘피부병을 앓았던 적이 있었느냐’고 묻자 100여명이 ‘그렇다’고 답했다”며 “최근 다소 작업환경 개선이 이뤄져 발병자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도 현대위아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접촉성 피부질환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회는 올해 7월 결성됐다. 사내하청업체들은 지회 요구에 따라 시너 취급자들의 장갑을 목장갑에서 의료용 장갑으로 교체했다.

안전보건진단 결과 하청노동자는 몰라도 된다?

시너를 만들 때 쓰이는 디메틸포름아미드 등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 정의하고 있는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다. 사업주는 유해인자를 취급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특수건강진단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가 특수건강진단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는 “대다수 조합원이 절삭유·오일류·세척유 등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음에도 특수건강진단을 받지 못했다”며 “사업주가 제도를 제대로 알려 주지 않고 몇몇을 특정해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도 “9년을 일하며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것은 최근 단 1차례뿐”이라며 “10명이 건강검진을 하러 가면 2명 정도만 특수건강진단을 받는다”고 말했다.

원청의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위아는 올해 3월 노동부 명령으로 사업장 안전보건진단을 받았다. 김병훈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안전보건진단 대상에 포함됐음에도 노동부와 현대위아가 조사 결과 공개를 거부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노동부가 현장조사를 통해 측정·검진 ·관리·교육 등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제대로 가동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동부는 “집단 피부병 발병 사건과 관련해 현대위아 창원공장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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