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을 가진 간호사의 가혹행위, '태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태움을 못 견뎌 신규간호사가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지만 병원 현장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연세의료원노조(위원장 권미경)에 따르면 지난 10월 세브란스병원 한 병동 간호사가 입사 1년이 안 된 신규간호사에게 인수인계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욕설과 가혹행위를 한 사건이 발생했다. 신규간호사는 퇴근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1시간가량 욕설 섞인 폭언을 들었다. 이어서 8시간 동안 퇴근하지 말고 환자 옆에 서 있으라는 벌을 받았다. 같은 간호사인 가해자는 다른 병원에서 있었던 신규간호사 자살사건까지 언급하며 위협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같이 일하는 동료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사건이 발생했다"며 "태움이라는 단어 자체를 영원히 지워 버리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태움을) 잘 은폐하면 칭찬받고, 잔인할수록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모순된 구조를 끝장내야 한다"며 "반인간적 범죄가 올바르게 해결될 때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논란이 커지자 병원은 이날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자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노조는 징계위에 관리자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며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의무를 다했는지, 위계를 이용한 집단괴롭힘은 없었는지 철저히 밝혀내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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