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한 제주도의 해명에도 국내 자본의 우회투자 의혹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는 "외국의료기관 녹지국제병원, 사실은 이렇습니다"는 제목의 해명자료를 내고 "국내자본의 우회투자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런데 3년 전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논란이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회사인 녹지그룹이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의 국내자본 우회투자 논란이 제기된 것은 2015년부터다. 당시 녹지국제병원 사업자는 그린랜드헬스케어 주식회사였다. 이 회사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50억원(지분의 92.6%)을, 중국의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BBC)가 3억원(5.6%), 일본계 회사 IDEA가 1억원(1.8%)을 투자해 자본금 54억원으로 설립됐다. 그런데 BBC는 한국인 성형외과 의사를 병원장으로 둔 서울리거병원을 운영하고 있어 우회투자 논란이 제기됐다. 녹지그룹측은 그해 5월19일 그린랜드헬스케어의 사업계획서를 철회하고 한 달 뒤인 6월11일 사업자를 지금의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로 변경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불과 석 달 사이의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같은해 12월18일 녹지그룹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홍명환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의원이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긴급현안질의를 하면서 우회투자 의혹이 또 불거졌다. 홍 도의원은 "2015년 우회투자 의혹을 불렀던 BBC가 현재 녹지국제병원의 의료네트워크 형태로 사업계획서에 명시돼 있다"며 "국내 자본의 우회투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가 해명자료를 낸 배경이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은 이미 복지부와 제주도의 확인 결과 외국인이 100% 투자한 외국인 투자법인이기 때문에 우회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확인된 사항"이라며 "내국인 또는 국내법인이 자본금을 투자한 우회투자는 전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해명 근거자료는 2015년 12월 복지부가 제주도로 보낸 '녹지국제병원 승인' 공문과 당시 배포했던 복지부 보도자료 내용이 전부다. 우회투자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정부와 제주도가 녹지영리병원 우회투자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녹지그룹이 사업자를 녹지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로 포장했지만 결국 우회투자 논란으로 승인되지 않았던 2015년 그린랜드헬스케어가 사실상의 자회사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다시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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