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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어진 엽기 직장갑질] "먹고 난 짜장 그릇에 폭탄주 만들어 원샷했다"직장갑질119에 제보 하루 8건, 반년간 1천403건 쏟아져
신입사원 ㄱ씨는 회사에 입사한 뒤 상사에게 업무와 무관한 일을 지시받았다. 이를테면 옥수수·고구마 껍질 까서 굽기, 라면 끓이기 같은 일이다. 상사의 흰머리 뽑기나 안마, 회사에서 키우는 개 목욕시키기부터 상사가 먹고 남은 음식 먹기 같은 ‘갑질’ 지시도 이어졌다.

ㄱ씨는 “고구마를 굽다가 안 뒤집었다고 상사에게 엄청 혼나기도 했다”며 “사회초년생이었던 저는 이게 당연한 것이고 사회생활인 줄 알고 했는데, 점점 자존감이 낮아지고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ㄱ씨는 결국 1년 만에 퇴사했다.

직장내 갑질·괴롭힘은 올해도 끊이지 않았다. 23일 직장갑질119는 올해 7월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6개월 동안 이메일로 받은 제보 중 50건을 공개했다. 이 기간 동안 들어온 제보는 1천403건으로 월 234건, 하루 평균 8.25건이었다. 장기 자랑과 김장 동원 같은 갑질 제보는 대폭 줄었지만, 폭행·폭언·괴롭힘·잡일 강요는 여전했다.

“상사 흰머리 뽑기에 회사 제품 강매까지”

회사원 ㄴ씨는 대표이사가 직원들에게 술을 강요해 괴롭다고 제보했다. 대표이사가 냉면사발에 술을 섞어서 마시라는 식으로 직원들에게 술을 강요한다는 토로다. ㄴ씨는 “얼마 전에도 대표이사는 여직원들에게 짜장 그릇에 이것저것 섞어서 더러운 술을 마시도록 강요했다”며 “대표이사는 직원들의 개인 사정은 상관없이 무조건 술자리에 오라고 하기도 하는데, 거절하면 어떤 식으로든 회사 생활을 힘들게 해 어쩔 수 없이 불려 가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상사에게 성희롱과 2차 피해를 당한 사례도 이어졌다. ㄷ씨 회사 상사는 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내가 결혼만 안 했으면 너를 어떻게 해보고 싶었는데”라거나 “연애하자” 같은 발언을 했다. ㄷ씨는 “(상사가) 사택을 제가 혼자 살고 있는 아파트 옆집으로 얻으려고 해 제가 ‘이사했다’고 말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본사에 신고했지만 ㄷ씨는 보호받지 못했다. 가해자인 상사가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거나 또 다른 상사가 “왜 일을 크게 만드나. (상사가) 아내에게 뭐라고 하겠냐”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ㄷ씨는 “너무 화가 나고 수치심이 들었다”며 “이제 상사를 신고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직원에게 회사 제품을 강매한 갑질 사례도 있었다. 우유회사 B사에서 일하는 직원 ㄹ씨는 “회사는 초콜릿 사업을 벌이다 적자가 나니 직원 1인당 (초콜릿) 21만원 이상을 구매하게 했다”며 “신제품이 나오면 1인당 얼마씩 팔도록 했는데,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인사에 불이익이 간다”고 주장했다.

그 밖에도 쉬는 날 가족과 워터파크에 간 직원에게 도중에 돌아오라고 지시한 사례, 임신 사실을 알리자 “육아휴직 내면 돌아올 자리는 없다”며 폭언한 사례, 직원이 받는 수당의 20%를 상납하라고 강요한 사례,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위협한 사례,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털이 다 빠질 때까지 괴롭힐 것”이라고 말한 사례, 상사가 본인이 없을 때 대표와 나눈 대화를 녹음하도록 지시한 사례, 근무시간 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톡방에 100개 이상의 문자를 보내고 확인이 늦으면 괴롭히는 사례 등이 공개됐다.

"제보 10건 중 3건은 현행법으로 처벌 못해"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직장갑질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기법 개정안은 올해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뒤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됐다. 근기법 개정안에는 직장에서 사용자나 노동자가 지위 등을 이용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직장내 괴롭힘 등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이 발생할 경우 이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함께 통과됐다. 법사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들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직장갑질119 출범 이후 받은 제보 중 임금체불 제보가 25%라면 잡일·직장내 괴롭힘 제보는 각각 14%·13% 정도로 10건 중 3건은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힘든 사례였다”며 “직장내 괴롭힘은 직장내 위계와 권력관계에서 벌어지는 것인 만큼 근기법으로 규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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