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양동근씨는 2015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말수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촬영현장에서 보호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 경험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울어야 하는 장면에서 울음이 터지지 않자 주위에서 어린아이였던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감독이 담배연기를 가까이 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양동근씨 사례처럼 아역 배우로 시작해 성인 배우가 된 이들이 어린 시절 고충을 고백하는 장면은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토크쇼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고충은 개인의 ‘성장통’으로만 규정되고 제도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아동 청소년 배우 노동인권개선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발제자들은 “아동·청소년 배우들은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근로계약서도 없이 과도한 수수료를 떼이거나 방송·드라마 내용에서 직·간접적인 학대를 경험하고 힘들어 하기도 한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김두나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아동·청소년 배우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청소년 연예인 10명 중 3명 이상이 하루 8시간을, 10명 중 1명이 14시간 이상을 일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가 있다”며 “장시간 고강도 촬영이 이어지는 국내 드라마·영화 제작현장에서 아동·청소년 배우들이 장시간 노동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청소년 배우를 보호하는 법은 있지만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도입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대중문화산업법)은 청소년의 대중문화예술용역 제공시간을 15세 미만과 15세 이상으로 나눠 제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미성년 배우의 용역 제공시간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위반행위에 별도 제재규정이 없고 적발도 어려워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또 야간에 용역을 제공할 경우 당사자 등의 동의를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후 일거리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 당사자나 부모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미성년 배우들이 학습권·휴게시간·안전장치 등의 보호를 받고 있는지 체계적인 점검과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선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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