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 정책기조를 '노동존중 사회'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바꿨다. 표면적으로는 고용위기와 경제침체 등 당면한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지만 2020년 총선을 겨냥한 '우클릭'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 속도조절과 탄력근로제 확대, 공공부문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지연까지, 노동계가 받아들일 만한 의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유효할까. 민주노총은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결정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경제·고용위기 책임 민주노총 전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산업노동학회 주관 '사회적 대화 참가 노동단체 주체역량 강화 및 의제개발을 위한 연속 워크숍' 5회차 강연에서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한국산업노동학회장)가 "민주노총은 내년 1월 경사노위 참가 결정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정) 실패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은 산업노동학회가 지난 5일 시작한 '노동단체 의제개발 워크숍'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민주노총 산별연맹 정책담당자들과 전문가·정당·언론이 함께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회적 대화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던 노 교수는 "정부가 민주노총을 배제한 경사노위 운영방침을 굳힌 것 같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최근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더는 기다리지 않겠다"고 밝힌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의 언론인터뷰 내용과 정책의 대부분이 '고용'에 방점이 찍혀 있는 고용노동부의 2019년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이 그 방증이라고 봤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결론지어 놓은 뒤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합의 수순을 밟으라는 정부·여당의 태도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재계 요구를 맞교환하려는 움직임, 최저임금 속도조절과 제도개편 시도, 주 52시간 노동시간 처벌 유예 연장을 지적했다.

노 교수는 "한쪽에서는 대화하자고 하면서 '우리(정부)가 필요한 건 우리 멋대로 할래'라는 꼴"이라며 "사회적 대화를 통제기구 이상으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위기와 고용문제의 책임을 민주노총에 전가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민주노총이 국민의 공격대상이 됐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촛불시민들이 요구했던 재벌개혁 요구,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사회양극화 완화 요구를 정부가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촛불-자본의 두 압력 속에서 좌충우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노총, 경사노위 '조건부 불참' 명확히 해야"

노 교수는 특히 "민주노총이 먼저 사회적 대화를 거부할 필요는 없지만, 내년 1월 대의원대회에서 참여 결정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지도부는 경사노위 불참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 우경화 때문임을 명확히 하고, 민주노총을 향한 여론공세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대의원대회를 준비 중인 민주노총 간부들의 고민은 '사회적 대화 불참 결정이 났을 때 민주노총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로 모아졌다.

노 교수는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당장 사회적 대화기구에 불참한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끝까지 척을 지고 대정부 투쟁을 할 필요는 없다"며 "정부의 현안해결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조건부 불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노정교섭은 그것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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