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 노사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감사실에 압력을 가해 노조간부를 파면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재광 사장 취임 이후 금융노조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위원장 양호윤)와 회사가 갈등을 겪고 있다. 이재광 사장은 올해 3월 취임했다. 3개월 뒤 회사가 일방적으로 기금본부 사무실을 옮기겠다고 밝히면서 노사가 충돌하기 시작했다.

공사는 노사 합의로 이뤄진 지원 사항도 문제 삼았다. 공사는 인사·노무·예산 담당자 1인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의 노조가입을 인정했는데, 이 사장은 전원 탈퇴를 요구했다. 노조간부 인사발령과 근로조건(취업규칙) 변경 때 노사가 협의하도록 한 조항도 과도한 지원 사항으로 꼽았다.

공사는 또 창립기념일 지부 추천 2인에게 공로상을 수여하는 관행을 없애자고 했다. 지부는 이를 거부했다.

공사는 7월9일 노조 전임간부를 지부와 협의 없이 전보했다. 지부는 집회와 1인 시위, 고용노동부 진정으로 맞섰다.

그러자 공사는 8월17일 법무법인 태평양에 ‘노사관계 현황진단 및 전략자문’을 의뢰했다. 9월에는 노무법인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단체협약 개정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부 간부를 염두에 둔 듯한 감사도 시작했다. 공사 감사실은 올해 10월 지부의 차량주말 사용내역과 파트타임 근로시간면제자 운영과 관련한 감사에 들어갔다. 파트타임 근로시간면제자 관리·감독 태만을 이유로 양호윤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2명의 파면을 인사위원회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양호윤 위원장은 "공사가 외부 컨설팅에 나서는 것은 이재광 사장이 노조를 대화 대상이 아닌 관리와 억업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감사실 관계자가 찾아와 이 사장에게 사과할 경우 징계를 경감할 수 있다고 회유하고 있는데, 감사가 독립성 없이 사장 지휘를 받아 노조 압박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담당부서 논의 후 해명할 것이 있으면 하겠다"며 "노조 주장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재광 사장이 노조파괴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10만 금융노동자가 하나가 돼 퇴진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이날 노동부에 공사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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