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태 기자
자동차산업이 위기라고 한다. 2011년 각각 10.3%와 8.1%로 최고치를 기록한 현대·기아자동차 영업이익률은 올해 3분기 1.2%와 1.8%로 곤두박질쳤다. “현대·기아차의 중국사업 부진에 따른 재무적 위기가 실물 위기로 전이되는 국면으로, 자동차산업의 위기라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위기든 아니든, 그 원인을 놓고도 시각차가 존재한다. 원인분석이 다르니 해법도 차이가 난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자동차산업의 상생협력과 노동참여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방은 달랐다.

“고부가가치 창출 실패”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실패, 고임금을 포함한 왜곡된 비용구조를 자동차산업의 위기로 지목했다.

생산비용이 올라가는데도 고부가가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하고 저가 자동차 수출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매출액 대비 높은 임금비중, 생산성과 무관한 임금인상이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됐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자동차산업은 낮은 비용에 비해 성과가 높았던 연구개발 생산성, 완성차의 고임금을 지탱하기 위한 부품 부문의 저임금에 의존해 왔다”며 “최근에는 부품업체 경영악화, 근로시간단축, 최저임금 상승,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로 과거 경쟁력 구조를 지탱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직무전환·배치전환·탄력근로 도입 같은 노동유연화와 제품 고급화, 광주형 일자리처럼 적정비용이 들어가는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공급과잉 문제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한국은 내수시장이 협소해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세계시장의 4.2%만 생산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청 쥐어짜기 한계 봉착”

고임금이나 노동시간단축이 자동차산업 위기 원인이라는 분석보다는 ‘원·하청 불공정 거래’와 ‘계열사 위주 부품공급’을 위기주범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청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3% 밑으로 떨어지면서, 완성차업체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완성차업체들이 잘나갈 때 하청과 함께했어야 했다”며 “원·하청 관계 개조, 상생의 산업 생태계로 전환하는 것을 선결조건으로 자동차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단축이 위기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하청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기는커녕 (원청의) 단가인하 압력에 대응하기도 벅차고, 노동시간단축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안재환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원장도 “자동차산업 위기가 도드라지는 것은 수직계열화와 원·하청 불공정거래 문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완성차업체가) 경영실적 부진을 아래로 전가하는 구조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김철식 포스텍 연구조교수는 비정규직 확대와 부품업체에 대한 부담 전가를 자동차산업 위기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 조교수는 “완성차업체는 사내하청을 대규모로 활용하면서 수량적 유연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어 유연성 부족이 자동차산업 위기 원인 중 하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임금과 유연성 부족이 아니라 이것이 비정규직 확대나 부품업체 비용 전가 구실로 활용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오히려 유연성과 개발성이 결여돼 혁신을 막고 있는 그룹 계열사 중심의 폐쇄적 부품 공급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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