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나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

솔직히 힘들다. 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평범한 일상이 사람을 이토록 힘들게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필자는 자그마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만 10개월 아이를 키우는 초보엄마이자 워킹맘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됐지만, 동시에 내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 객관적으로 아이를 위해 좋은 선택이 아닌 경우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축적되기도 한다. 필자는 많은 고민 끝에 출산 후 3개월이 되기 전 복직을 결정했고, 아기를 돌봐 주실 분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업계에서 유명하다는 홈페이지를 알게 됐다. 회원가입을 하기 위해 기본적인 정보를 입력하는데 ‘CCTV 설치 여부’를 선택하는 란이 존재했다. 상당한 문화충격이었다.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이미 게재돼 있는 구인정보를 확인해 보니, CCTV를 설치한 가정이 상당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15조1항은 당사자 동의를 얻은 경우에 한해 비공개 장소에 CCTV 설치를 용인하고 있다. 채용정보란에 설치를 명시한 경우에는 응시자가 묵시적으로 CCTV 설치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법적 논란의 소지는 적어 보인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같은 법 15조2항은 위와 같은 동의를 받을 때 ‘① 개인정보 수집ㆍ이용 목적 ②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③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④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까지 명확히 알리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직접 고지한 사례는 없어 보인다. 특히 개인정보 수집ㆍ이용 목적을 정확히 고지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고지한 목적 외로 CCTV를 통해 송출ㆍ녹화된 화면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이를 확인할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것과 단순히 육아상황을 수시로 확인할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범죄 수사에 활용하는 용도지만, 후자는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돌봄노동자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를 의미한다. 아동학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돌봄노동자가 무엇을 하는지 확인ㆍ감시할 수 있다는 논리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든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다. 사무실이나 작업현장에서 폭행·절도·횡령 및 배임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만약 이러한 잠재적 가능성을 이유로 노동자 머리 위에 CCTV를 설치하고 수시로 업무하는 모습을 확인한다면 이를 동의할 사람이 있을까? 만약 동의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노동자의 진의(眞儀)라고 볼 수 있을까? 누군가 나를 항상 지켜보고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그 존재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종국적으로 사고와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결국 일상적인 감시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해하는 것이다. 가정 내 아동학대를 염려해 설치되는 CCTV 또한 필연적으로 돌봄노동자의 기본권 침해를 야기한다. 따라서 이러한 본질을 자각하고, 명확한 원칙하에 CCTV 등 기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CCTV를 설치했다면 어떠한 목적으로 활용할 예정인지, 녹화된 영상은 얼마나 보유할 것인지 등 최소한 정보주체인 돌봄노동자에게 법에서 정한 사항은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

지난주에도 15개월 여아가 위탁모 학대로 죽었다. 아이를 낳은 후 아동학대 기사를 접하면 마음이 아파서 차마 내용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창을 꺼 버리곤 한다. 하지만 아동학대 가해자를 비난하는 것과 그러한 잠재적 위험이 있는 상황을 전제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는 다른 관점과 온도차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러한 문제가 왜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 없이 감시체계만 반복적으로 양산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감시체계에 속박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