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공포럼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비공식 혹은 비공적인 대화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산업노동회관’을 짓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궁극적으로 ‘윤리적 노동체제’가 사회에 확산돼야 진짜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노사공포럼(수석공동대표 유용태)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2018년 노사관계 전문가 집담회’를 열었다. 주제는 ‘사회적 대화 및 파트너십 발전을 위한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과제’였다. 최종태 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자주 만나야 신뢰 구축, 산업노동회관 세우자"

이날 집담회는 일부 참석자가 기조발제를 한 뒤 나머지 인원이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섰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 경제운영 패러다임이었다고 진단했다. 신자유주의가 장기화하면서 분배 불평등을 낳았고 계층 간 갈등이 심화했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대화가 한국 사회 문제해결 처방으로 대두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회적 대화는 노동계 탈퇴와 반쪽 참여로 온전히 이뤄지지 못했다. 얼마 뒤 출범 3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전 수석은 유럽과 달리 기업별노조 체제가 강한 것을 문제의 한 요인으로 봤다. 그는 “공적 대화 체계를 보완하는 비공식 대화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화를 하려면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신뢰를 쌓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전 수석은 “사회적 대화 주체 간 상시적인 만남·소통과 교육을 통해 파트너십 역량을 키워야 하고 공적 대화 체계 외에 이를 촉진하고 보완하는 비공식 사회적 대화 채널이 다원화되고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통 강화를 위한 공간적 인프라 구축도 주문했다. 예를 들어 노사정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스킨십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노사공포럼은 올해 3월 열린 총회에서 ‘노사정 소통과 상생의 상징으로 산업노동회관 건립’을 결의했다.

이 전 수석은 “산업노동회관을 만들어 노사정이 상시적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산업노동회관을 현안을 고민하는 대화의 장으로 활용하고 노총 동우회·경총 동우회·노정회나 관련 학계 사무실도 마련해 친교와 신뢰를 쌓아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사공포럼


"노동존중 아비투스 필요하다"

김장호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노동을 바라보는 철학이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0년간 노동 없는 성장 위주의 시장만능주의가 득세했고, 지금도 지속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비판이다. 그는 추진 과제에 ‘윤리적 노동체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 교수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의 성장지상주의 발전모델은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 아니라 성장동력으로서 현실 정합성도 떨어진다”며 “노동체제를 보다 윤리적이고 인간적으로 바꾸는 것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만드는 핵심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리적 노동체제 구축은 시대정신으로 떠오르는 포용적 경제,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세부 전략으로는 △노사관계 주체성 위기 해소 △노동존중 아비투스(무의식적 성향) 형성 △사회적 대화를 통한 지향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윤리적 노동체제의 핵심 주체는 기업이고 특히 한국 대기업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의 주체로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하나의 정권 차원의 일이 아니라 문화개혁을 하듯 중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학교 교육과정부터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추는 아비투스를 형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회적 대화는 윤리적 노동체제로 전환해 가는 ‘전환거버넌스’ 기제로서의 의미와 함께 윤리적 노동체제의 핵심적 작동요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학습-일자리 정보' 일원화 주문
"정부가 업종별 교섭 활성화시켜야"


사회적 대화에서 다뤄야 할 노동개혁 과제를 제안한 참석자도 있었다.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은 학력과 성별에 따른 노동시장 단층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고졸자가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그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는 명문대를 가려는 무한경쟁과 폭발적인 대학진학률로 귀결된다. 그가 내놓은 대안은 학습·일자리 정보 일원화였다.

이 전 총장은 “건강한 노동시장을 구축하려면 수요정보와 공급정보가 공존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왔다”며 “학습고용정보센터를 세워 학습과 일자리 정보를 통합하고, 고용노동부와 지역이 통합된 개방 플랫폼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개혁과제로 임금체계에 주목했다. 최영기 전 원장은 “연공주의에 따른 임금지급과 인사·승진기회 부여가 노동시장을 이원화시킨 원인”이라며 “직무형 단일노동시장으로 개혁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개혁의 목표가 된다면 노와 사, 진보와 보수가 서로 싸울 일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금체계 개편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윤성천 전 광운대 총장은 “과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 경제력의 요인으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가 지목되기도 했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지역주의·학연주의·온정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과연 직무급을 위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 전 한국노동교육원 원장은 “일본에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이 80%에 달하는 배경에 업종별 교섭시스템이 있다”며 “정책적으로 산업·업종별 협의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최종태 전 노사정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요하며 특히 정책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학계가 혼탁한 한국 노사관계와 사회적 대화 진행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논리적인 대안을 지속적으로 내놓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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