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였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조합원 동의 없이 직권조인한 노조 대표자에게 5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다. 노동조합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밀실합의를 '업무방해 행위'로 보고 형사처벌한 최초의 판결이다.

16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판사 양철한)은 2016년 보훈병원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과정에서 조합원 몰래 '성과연봉제 노사합의서'를 직권조인한 당시 지부장 김아무개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노조 보훈병원지부는 2016년 임금·단체협상에서 박근혜 정부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4급 직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려는 병원에 맞서 11월10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당시 지부장이던 김씨는 전날인 11월9일 밤샘교섭에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안을 제외하기로 노사합의를 했다고 발표해 파업을 무산시켰다. 그리고 파업을 예고한 당일 오후 2시 갈빗집에서 병원측과 비밀리에 만나 성과연봉제 확대 노사합의서를 작성했다. 김씨는 이런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숨긴 채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해 통과시켰다.

재판부는 "김씨의 월권행위로 인해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노동자로서 단체협약과 쟁의행위에 관한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업무가 방해됐다"며 "단체교섭에서 위임받은 것과 다른 내용의 단협을 체결해 관련 업무를 방해하고 노사관계에도 큰 혼란을 끼친 점을 비춰 보면 김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조합원 동의 없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합의를 한 직권조인을 처음으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북부지법은 올해 6월 김씨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조합원 60명에게 30만원씩 1천800만원의 위자료를 물어내라는 판결을 내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