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합의하면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구체적인 쟁점으로 들어가면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다 성과 없이 2020년 총선(21대)을 맞을 수도 있다.

의원확대·도농복합 선거구제 절충 '난제'

5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합의한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포함한 쟁점은 정개특위 합의를 따르고,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쟁점은 비례·지역구 의석 비율과 의원정수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민 거부감”을 이유로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이다. 반면 나머지 야 3당은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야 5당은 이번에 “10% 이내 확대 여부 등을 포함해 검토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최대 10%를 가정하면 현행(300석)보다 30석 늘어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5년 2월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은 의석을 300석으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의석을 유지하면서 비례성을 강화하려면 253석인 지역구를 축소해야 한다.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은 의석을 360석까지 확대하는 것을 적절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야 5당이 세부 검토를 거쳐 ‘10%’ 수치를 도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16일 오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10%라는 게 딱 정해진 합의라기보다는 늘리자는 쪽과 늘리지 말자는 쪽을 절충해서 의원정수 확대를 논의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위원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국단위로 할지 권역별로 할지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충분히 확대된다면 권역별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개특위는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도 논의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도시지역은 중대선거구제로, 농촌지역은 소선구제로 선출하자고 요구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부정적이다.

여야는 지역구 선거에서 근소한 표차이로 낙선한 후보가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는 석패율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거대양당 시간 끌기가 암초”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선언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 총선에서 바뀐 선거제를 도입하려면 국회는 내년 4월15일까지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국회 안을 바탕으로 3월15일까지 선거구획정안과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다. 여야 합의대로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법안을 처리하려면 이달 중 정개특위 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게다가 정개특위 위원 18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8명, 자유한국당이 6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연동성이 약한 권역별 비례명부제를 주장하고,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면 정개특위 논의가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야 3당 의원들dl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정개특위로 책임을 돌린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유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거대양당의 ‘12월만 넘기면 된다’ ‘1월만 넘기면 된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된다’라는 심중이 암초”라고 우려했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시기적 촉박함을 고려할 때 정개특위 논의와 각 당의 논의가 병행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가 정개특위에만 공을 넘기지 말고 책임 있게 내부 조율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2015년 2월에 제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을 기본으로 해서 여야가 합의를 본다면 저는 얼마든지 대통령으로서 의지를 실어 지지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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