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경영평가 핵심지표에 '알뜰폰 판매수수료' 실적을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우체국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직원들에게 우체국 상품을 강매하는 속칭 '자뻑' 행위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뜰폰 판매국 확대를 추진했다가 실패했던 우정사업본부가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무원노조(위원장 이철수)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알뜰폰 판매수수료' 실적을 내년 소속기관 목표관리제도(경영평가) 평가지표 중 '우편매출액' 항목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편매출액은 예금·보험매출액과 함께 3대 핵심 평가지표다.

그동안 알뜰폰 판매수수료는 온누리상품권·문화상품권 판매수수료처럼 우체국 자체 업무가 아닌 위탁받은 업무로 벌어들이는 '수탁수익' 항목에 포함돼 있었다. 이마저도 올해 평가지표에서는 수탁수익 항목 자체가 빠졌다. 그런데 알뜰폰 판매수수료만 따로 빼내 핵심 평가지표인 '우편매출액' 항목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과 관계자는 "평가지표에 알뜰폰 판매가 빠지다 보니 직원들의 관심사항 밖이 돼 버렸고, 매출액도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알뜰폰 판매로 고생하는 직원들을 보상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가뜩이나 심각한 인력난 속에서 알뜰폰 판매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철수 위원장은 "경영평가를 받는 지방우정청이나 협업 우체국들은 평가 점수를 더 받기 위해 직원들에게 알뜰폰 판매를 강요할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알뜰폰을 판매하기 위해 본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알뜰폰을 개통하는 '자뻑' 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알뜰폰 판매 실적을 지표에 추가한 것이 알뜰폰 판매국 확대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으로 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8월 6급 관서 300곳을 알뜰폰 신규판매국으로 일괄 배정했다가 노조 반대에 부딪히자 철회했다. 애초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알뜰폰 판매 우체국을 전국 1천500곳에서 1천8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신규판매국을 신청하는 우체국이 거의 없자 지방우정청별로 신규판매국을 할당했다. 노조가 '인력부족에 따른 업무과다'를 이유로 반발하자 해당 계획을 철회했다.

김황현 노조 사무총장은 "알뜰폰을 판매하지 않았던 우체국에서도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판매국 신청을 하게 될 것"이라며 "알뜰폰 판매국을 쉽게 확대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어렵게 일을 한 직원들에게 나름의 보상을 해주는 취지일 뿐 판매국 확대 계획이나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