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택균(가명)씨는 올해로 18년째 건설현장에서 형틀목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주로 아파트 건설현장을 다니며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거푸집 역할을 하는 나무판자인 형틀을 조립하는 일을 했다. 지난 6월 20킬로그램이 넘는 형틀을 옮기는 도중 어깨에서 '뚝'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느껴졌다. 일당을 포기하고 병원에 갈 수 없었던 그는 파스를 붙이고 찜질을 하면서 일했다. 한 달 뒤 통증을 더 이상 참기 힘들었던 그는 병원에 갔다가 '오른팔 회전근개 파열과 오른팔 수근관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회전근개 파열은 유택균씨 같은 형틀목수에게 흔히 나타나는 직업병이다. 그런데 '퇴행성'이라는 이유로 산재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건설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형틀목수의 노동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적정 노동강도를 보장해야 한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소는 아파트 건설현장 형틀목수 18명에게 하루 동안 활동량 기록장치인 액티그래프와 심박동수 측정계를 차고 일하도록 했다. 작업할 때 신체활동량과 심박수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형틀목수 노동자의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은 115.2킬로칼로리로 나타났다. 사무직(22.9킬로칼로리)보다 4.6배 높고,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49.4킬로칼로리)와 비교해도 2.3배 높은 수치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뜻이다.

측정한 심장박동수를 활용해 최대 적정노동시간과 과로지수(적정 근무시간 대비 실제 노동시간)를 산출했더니 평균 과로지수가 1.97로 나타났다. 적정 노동강도를 1로 본다면 형틀목수의 노동강도는 두 배 가까이 초과되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건강하게 일하려면 지금보다 노동강도나 노동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최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그동안 건설노동자의 노동강도 평가는 체계적으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며 "건설 노동이 '위험한' 노동일 뿐 아니라 '힘든' 노동이라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적정 노동강도 기준을 확립해 공사기간 산정과 임금산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날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회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사업' 최종보고서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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