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로 전한 “불법 카풀의 위험성”
최씨는 사망 직전 카풀의 불법성과 위험성을 담은 유서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앞으로 남겼다. 이날 전택노련이 공개한 유서에서 최씨는 “카카오는 불법적인 카풀을 시행해 사업 이윤을 추구하려 한다”며 “카풀의 취지는 출퇴근시간 차량 정체를 줄여 보고자 선의로 (서로) 태워 주는 것인데, 카카오는 택시요금의 70~80% 요금을 책정해 20%의 수수료를 취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내 법인택시 255개 회사의 가동률은 60% 수준에 불과하고 택시 수입으로는 생활할 수조차 없다”며 “새벽 1시에 시내(강남)를 나가도 빈차등을 켠 택시가 줄을 서 있다”고 택시업계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씨는 특히 “어플(애플리케이션) 하나 개발해 4차 산업·공유경제라는 말로 포장한 뒤 불법 자가용 영업을 하는 카풀 사업자 카카오에 대해 정부는 엄정한 법 적용으로 영세한 택시산업을 지켜 주길 바란다”며 “전국의 모든 택시노동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받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이 한 몸 내던져 본다”고 썼다. 전택노련은 이날 오전 이해찬 대표에게 고인의 유서를 전달했다.
최씨는 8년차 택시노동자다. 5년간 노조 대의원을 지냈을 정도로 노조활동에 열성적이었다. 그는 카카오를 포함한 IT업계의 카풀서비스가 본격화하자 “불법 자가용 영업을 저지해야 한다”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김희열 위원장은 “사망 당일 최씨와 두번 통화했는데 오전 통화에서 ‘분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지만 답답한 마음에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분신 직전 걸려온 전화에서 마음의 준비를 한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전택노련과 민택노련·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대표자들은 이날 분향소 옆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강신표 전택노련 위원장은 “참담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TF는 요식행위로 시간끌기만 했다”며 “국토교통부조차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강 위원장은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며 “(택시노동자들에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밥그릇은 줄 수 있는 정부가 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노동계 분향소 조문
고인이 남긴 유서의 수신자인 이해찬 대표는 이수진·박주민·설훈·김해영 최고위원 등과 함께 이날 오후 분향소를 찾아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출퇴근시간 택시잡기가 어려운 상황을 반영해 (카풀서비스가) 나왔는데, 궁극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당정 간 협의를 통해 (택시) 감차 등 종합대책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 당 장석춘 의원도 분향소를 찾았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같은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카풀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설익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시행해 일자리를 없애고 택시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국회는 사회갈등을 조정할 의무가 있다.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과 함께 일자리가 없어지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한국노총 간부들은 이날 오후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택시 노사 4개 단체는 20일 국회 앞에서 택시노동자 1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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