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개월 단위기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기업 5곳 중 1곳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가 현행 제도를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않고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7월부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근무제를 적용받고 있는 대·중견기업 31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기업실태 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조사 기간은 10월29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다.

응답기업의 24.4%가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가 아직 있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연구개발(R&D)과 같은 직무에서 주 52시간 초과근무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당분간 초과근로가 불가피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재계의 이런 주장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요구로 이어졌다. 노동시간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 기업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48.9%)를 가장 많이 꼽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의 58.4%는 “단위기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1년으로 확대”가 31.8%로 가장 많았고, “6개월로 확대”는 26.6%였다. “현행 3개월도 충분하다”는 응답은 15.6%에 불과했다.

정작 3개월 단위기간인 현행 탄력근로제 활용도는 떨어졌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은 23.4%에 그쳤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48.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행법에 보장된 제도를 써 보지 않은 채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7월 여당 내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주장이 나오자 “6개월로 늘리면 노동시간단축 효과가 없어지고, 현재 활용률도 3.4%에 불과하다”며 반대한 적이 있다.

대한상의 조사에 참여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노조 반발로 도입이 어렵고, 짧은 단위기간과 까다로운 운영방식 등으로 인해 도입해도 실익이 적다”고 말했다. 노사합의로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도록 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얘기다. 한국경총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노사 서면합의가 아니라 근로자대표 협의만으로 탄력근로제 시행이 가능하도록 해 달라고 건의했다.

한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탄력근로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에 대해 “내년 1월을 넘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기다릴 생각은 없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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