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의 불평등과 유니온 시티를 주제로 11일 서울특별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8년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서 데이비드 와일 미국 브랜다이스대 사회정책ㆍ경영대 학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전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과 균열일터가 심화·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을 열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 이번 국제포럼 주제는 ‘일의 불평등과 유니온시티’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데이비드 와일 미국 브랜다이스대 사회정책·경영대 학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불평등을 우리 시대 최고의 도전과제로 규정했다”며 “미국에서도 30년 넘게 소득불평등이 심화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와일 학장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노동부 산하 임금·근로시간분과 첫 종신행정관으로 일했다. 오바마 행정부 노동정책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30여년간 지표를 보면 미국 근로계층 평균임금은 연간 1% 이내 상승에 그쳤다”며 “이를 세분화해서 보면 최하위층은 소득증가가 거의 없으나 최상위층은 평균 6%씩 수직 증가하는 등 1920년대 이후 최악의 소득불평등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소득불평등은 ‘균열일터’와 상관관계가 있다. 균열일터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시장 균열 또는 이중구조를 의미한다. 와일 학장은 “미국 유통업을 비롯한 많은 업종에서 직접고용을 하지 않으면서 용역업체·파견업체에서 인력을 공급받고, 나중에는 그런 기록도 남기고 싶지 않아 개별 노동자와 독립사업체처럼 계약한다”며 “사용자는 고용관계에서 완전히 분리돼 임금·복지·사회보험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일터에서의 균열은 저임금 직종에서만이 아니라 고임금·고숙련·전문직에서도 확산하고 있다”며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기업 간 불평등도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득불평등과 균열일터를 해소하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와일 학장은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혁신을 크게 일으키지 못하지만 주정부 차원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29개 주에서 연방 평균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많은 지역에서 생활임금을 도입하는 등 임금 상승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지만 민간 차원에서도 협력이 필요하다”며 “기업과 노동자단체가 함께한다면 성장을 꾀하면서도 균등한 분배를 할 수 있는 균열일터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서울시는 12일까지 이틀간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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