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5.20 월 13:49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노노모의 노동에세이
‘1주일은 7일법’에서 ‘과로사 촉진법’까지최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
▲ 최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

노동법 교육을 할 때 기본적으로 하는 내용이 바로 노동시간이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특이한 일들이 벌어졌다. “주 40시간제로 부르는 것이 맞는지, 주 52시간제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 물어보면 답들이 나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50조(근로시간)에는 1항에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2항에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명확하게 ‘주 40시간제’인 것이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주 52시간제’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것은 일단 근기법 53조(연장근로의 제한) 1항의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올해 변경된 적이 없었다.

주 52시간제는 정부와 언론보도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이것은 ‘노동시간단축법’ 효과로 그렇게 됐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주 40시간이고, 예외적으로 당사자 간 합의가 있는 경우 12시간을 더 일할 수 있는 근기법 내용을 왜곡하는 것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장시간 노동 사회에서 매우 바람직한 것이고,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나는 정부의 ‘노동시간단축법’을 시행했다는 발표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한 조항을 찾지 못했다.

법제처 홈페이지에서 ‘근로기준법’을 검색해 보니 ‘50조 근로시간’ 부분은 개정된 것이 없다. ‘53조 연장근로의 제한’ 부분에 “③ 상시 3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다음 각 호에 대해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 1항 또는 2항에 따라 연장된 근로시간에 더해 1주간에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노동시간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바뀌었나? 바로 2조 정의규정이다. 7호에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그리고 이 조항을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등은 올해 7월1일 시행하고, 이 중 근로시간 특례규정에서 제외되는 사업장은 2019년 7월1일 시행한다는 것이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 시행한다.

나는 ‘노동시간단축법’이 아니라 ‘1주일은 7일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법이 시행되면서 근기법상 ‘1주일은 7일’이 적용되는 노동자와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로 나뉜다고 본다.

국회는 1주 40시간을 일할 수 있고, 주 중에 12시간 연장노동을 할 수 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8시간을 일할 수 있어서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고용노동부 해석을 유지하고, 법을 바꿨다. 해석을 바꿔야 하는 것을 박근혜 정부 의도와 똑같이 법을 바꾸면서 이름만 ‘노동시간단축법’이라고 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안에 대해 올해 6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면서 입법이 이미 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황당한 판결을 했다.

그러면 진정 ‘1주일이 7일’이 아닌 노동자들은 64시간까지만 일하는 것인가? 아니다. 노동부는 친절하게 지난 6월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를 발간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선택적 근로시간제·간주근로시간제·재량근로시간제를 잘 활용하면 장시간 노동을 유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부분에는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면 ‘1주일은 7일’이 아닌 사업장은 ‘40시간+12시간(연장)+12시간(탄력근로)+16시간(주말)=80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고 친절히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탄력근로제가 무엇인가. 연혁을 찾아 보면 이것은 1996년 말 ‘날치기 노동법’을 기원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업규칙에 적혀 있으면 2주 단위를 평균해 40시간을 넘지 않을 경우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고, 노동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3개월 단위를 평균해 40시간을 넘지 않을 경우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돼 있다. 2주 단위는 주당 8시간을, 3개월 단위는 주당 12시간을 연장근로 한도로 한다. 96년 입법에는 1개월 단위였는데, 2003년 3개월 단위로 확대됐고, 이번에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변경을 하자는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과 법률가단체들은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국회 앞 1인 시위를 했다. 과로사로 인정하는 최소 노동시간 기준은 주당 52시간인데, 현재도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면 52시간을 초과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변경하면 주 80시간을 연속 집중해서 근무할 수 있는 주가 훨씬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나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근기법 개정안은 ‘과로사 촉진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탄력근로제는 확대가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7시간, 7시간, 10시간 교대제로 일을 하는 사업장에서 과로사한 노동자 유족을 상담했는데, 동료노동자가 휴가를 가면 그 시간을 고인이 연장근로로 대신했다. 그래서 14시간, 17시간 연속노동을 했던 것이다. 감시·단속적 노동도 아닌, 집중을 하는 노동을 그렇게 하면 몸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이 ‘과로사 촉진법’에 의해 더 확대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최승현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승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