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신약성서 마태복음 2장은 아기 예수를 찾아 동방에서 예루살렘을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들을 “동방박사 세 사람”이라 부르지만, 사실 몇 명인지는 마태복음에 나오지 않는다. 아기 예수에게 전할 선물로 황금·유향·몰약 등 선물 세 개를 가져왔다고 해서 “세 사람”이라 편의적으로 부를 뿐이다.

나무 기름인 유향과 몰약은 치료제나 향수 혹은 방부제로 썼다. 동방은 어디일까.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이란·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 중 한 곳이 아닐까. 제주도 난민 문제로 시끄러웠던 예멘도 예루살렘의 동방에 있다.

한국어 성경은 동방박사라 번역했지만 영어 성경을 보면 마기(magi)로 돼 있다. 복수형인 마기의 단수형은 마구스(magus)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인 조로아스터교를 신봉하는 사람을 뜻한다. 조로아스터교는 창조주로서 단일신을 숭배하고, 세계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바라보며, 마귀를 절멸하는 최후 심판의 날을 믿는다. 유대교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고, 기독교 신학의 구조와 사실상 동일하다. 조로아스터교는 페르시아에서 번성했기에 동방박사들은 페르시아에서 오지 않았을까 싶다.

“유대인의 왕으로 태어난 이가 어디 계시느냐? 우리는 하늘에 나타난 그의 별을 보고 그를 경배하러 왔다”는 동방박사들의 말에 예루살렘에는 난리가 났다. 헤롯왕은 종교 지도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도 모자라 법률가들을 소집해 메시아가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다. 예루살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헤롯왕은 비밀스럽게 동방박사들을 불러 별이 나타난 정확한 때를 알아내고는 이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냈다. “가서 조심해서 아이를 찾으시오. 찾으면 바로 나에게 보고하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려 하오.”

마태복음의 동방박사 이야기는 다른 복음서인 마가복음·누가복음·요한복음에는 나오지 않는다. 마가복음은 서기 66~70년 사이, 누가복음은 80~110년 사이, 마태복음은 80~90년 사이(70~110년 사이라는 설도 있다), 요한복음은 90년 이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27개 복음서들을 공부할 때 서기 64~68년과 서기 70년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64년엔 로마 대화재 사건이 일어났고 68년은 네로 황제 치세 마지막 해였다. 이 즈음 기독교의 실질적 창시자인 사도 바울이 로마에서 죽는다. 서기 70년에는 1차 유대-로마 전쟁의 결과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유대교 성전이 초토화된다.

신약성경 복음서 27권 중 무려 14권에 바울이 저자로 되어 있다. 이들 14권 중에서 정말로 바울이 썼다고 인정받는 것은 데살로니가전서·갈라디아서·고린도전서·빌립보서·빌레몬서·고린도후서·로마서 등 일곱 개다. 이 글들은 바울이 조직한 교회에 보내는 편지로 모두 서기 50년대에 작성되었다. 예수의 태어남, 삶과 죽음에 대해 마태복음·마가복음·누가복음·요한복음의 저자들은 바울이 쓴 서한들의 영향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태복음에 나오는 동방박사들은 헤롯왕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길을 나서 자신들을 인도하는 별을 따라 여행을 계속했다. 마침내 아이가 있는 곳에 멈춰선 별을 본 동방박사들은 대단히 기뻐하고 집으로 들어가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이에게 절을 했다.

3세기 무렵 예수가 태어난 날이 언제인지를 둘러싸고 신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거셌다. 1월2일·3월25일·4월18일·5월20일·11월17일·11월20일 등 다양한 날이 제시됐지만, 로마의 동짓날인 12월25일로 굳어졌다. 4세기부터 크리스마스는 로마에서 기념되기 시작했고 중세를 거치면서 축제로 확산됐다. 과음 등의 비행으로 문제가 되자 17세기 영국에서는 기독교 순수파가 크리스마스를 금지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독일에서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한 16세기에 등장했다. 소나무에 촛불을 꽂았다. 18세기 들어 크리스마스트리는 독일의 개신교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고, 19세기부터 독일 문화의 일부로 여겨졌다. 크리스마스트리가 교회 건물 안에 설치되기 시작한 때는 20세기 초다. 바티칸시국에 크리스마스트리가 관행으로 정착된 때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인 1982년이다.

아기 예수를 찾아 동방박사가 따라간 별을 기념해 꼭대기에 별을 장식하는 게 크리스마스트리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언제부터인지 동방박사의 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십자가를 꽂아 놓았다. 예수 탄생의 상징을 예수 죽음의 상징으로 갈아치운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기독교는 우리 사회에 생명과 기쁨의 별이 되지 못하고, 죽음과 절망의 어둠이 돼 버렸다.

마태복음은 동방박사들이 꿈에서 헤롯왕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온 길과는 다른 길로 귀국했다고 기록했다. 동방박사들이 한국에 온다면, 서울의 권력자들과 대형교회들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 해가 저무는 세밑이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가 가득한 새해를 기도하지만, 결국 이마저도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의 책무가 아닌 노동운동의 역사적 임무라 느끼는 요즘이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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