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상의료운동본부

제주도가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 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영리병원 저지를 촉구하는 촛불시위가 점화될 조짐이다.

9일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녹지국제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할 의료법인은 국내 비영리 의료법인이라는 근거 있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정부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는다"며 "보건복지부가 승인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재검토하고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부동산회사가 만든 녹지국제병원
실제 운영 주체는 누구?


이들은 "녹지국제병원 운영주체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5일 내국인 진료금지를 조건으로 영리법인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 근거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307조(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 허가를 받아 제주도에 의료기관(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데, 법인 종류나 개설요건은 조례로 정한다. 제주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는 외국의료기관은 외국인 투자비율이 50% 이상(14조)이어야 하고, 개설허가시 내국인 또는 국내법인이 우회투자 등을 통해 국내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를 명백하게 심사(15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을 설립한 녹지그룹은 중국 부동산회사다. 녹지그룹은 2015년 12월 제주에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를 만들어 병원 설립과 운영을 맡겼다. 현행법상 의료기관 개설요건은 의료인이거나 의료행위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의료행위 경험이 전무하다.

때문에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투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열어 "녹지국제병원의 실질적 운영 주체가 국내 비영리의료법인인 미래의료재단"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미래의료재단 이사이자 리드림 의료메디컬센터 대표인 김수정 원장은 지난해 열린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해 녹지국제병원 입장을 설명한 인물이다. 현재 김수정 원장은 우회투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녹지국제병원 업무에서 발을 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재길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미래의료재단이 영리병원 개설에 계속 관여했다 해도 문제지만 의료경험이 전무한 중국 부동산회사가 자체적으로 병원 개설을 추진했다면 그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녹지국제병원 세부 사업계획서 투명하게 공개해야"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제주도민운동본부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투명하게 밝히고 공개 검증을 통해 과연 영리병원 개설 허가가 타당한지, 아닌지부터 따져 보자는 입장이다. 제주도민운동본부가 지난 7일 제주도청을 찾아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 내용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녹지그룹과 제주도가 주고받은 공문 △녹지그룹측과 원희룡 제주지사 간의 면담 내용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들은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조차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의를 진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에 대해 도대체 누가 구체적인 검증도 없이 허가를 내 줄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제주도민운동본부는 10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제주지사 퇴진운동 돌입을 공식화한다. 이들은 "영리병원 설립 금지가 공약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태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대통령은 제주 영리병원 개원을 중단시키기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영리병원 저지 촛불시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