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지난 8월22일 경기도 김포 한 건설현장에서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단속반원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실시하던 중 27살의 미얀마 출신 노동자 딴저테이씨가 이를 피하려다 창문 너머 8미터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9월8일 사망했고, 그의 아버지는 4명의 한국인들에게 아들의 장기를 기증했다.

딴저테이씨 경우와 같은 사망사고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2017년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 7월까지 미등록 체류노동자를 단속하면서 8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숨진 사람은 9명이었다. 대부분은 단속을 피해 무리하게 도망가려다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과 추방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소위 현대판 노예제도라 불리는 고용허가제도가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오랫동안 ‘불법’이라는 굴레 속에서 ‘근로자’임을 부정당해 왔다. 다행히 대법원은 1995년 판결을 통해 불법체류 노동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인정했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누12067 판결).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출입국 단속반원의 단속 과정 중 사상사고가 발생한 경우 다른 사고나 질병과 달리 산재로 보상하지 않는다.

공단이 업무상재해로 판단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도주 과정 중 재해’는 애초 사업주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업무 중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둘째,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는 ‘불법행위’를 피하기 위한 행위, 즉 ‘고의 또는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단이 법률을 위반한 근로계약에만 초점을 맞춘 해석이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단속 과정에서 사업주가 도주 행위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지시했다고 본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단 입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먼저 도주 과정에서 사업주의 직접적인 지시행위 또는 관리자를 통한 지시행위가 있을 경우에 이는 사업주 지배·관리의 범주에 포함돼야 마땅하다. 일반 내국인 노동자에 대한 지시·관리 징표가 이주노동자에게는 달리 판단돼야 할 근거는 없다.

둘째, 사업주가 묵시적으로 지시·관리한 경우에도 업무상재해로 포함돼야 한다. 즉 사업주가 평소 단속과정에 대해 대피요령이나 지시를 한 경우, 도주로를 확보하기 위한 시설이나 설비를 갖춘 경우 등으로 볼 수 있는 경우다. 이러한 사안에서 산업재해심사위원회는 2015년에 이미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바 있다.

법원도 마찬가지로 판단했다. 부산고등법원은 ‘사업주는 관리부장을 통해 직접 원고를 비롯한 불법체류자들에게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현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반의 단속을 피해 도주하도록 지시한 점’을 근거로 업무상재해로 판단했다(부산고법 2008. 6. 20. 선고 2008누792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누12344 판결). 뿐만 아니라 서울고법은 ‘불법체류자들의 행동수칙과 사업장의 대응방안에 대해 포괄적인 지침을 제시한 점’을 근거로 업무상재해로 판결했다(서울고법 2016. 7. 8. 선고 2015누541417판결).

셋째, 간접적인 지시·관리 징표가 없는 경우에도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하기 위한 과정 중 일어난 사상사고는 마땅히 업무상재해다. 이주노동자 채용은 사업주의 ‘사업 이익’을 위한 행위다. 채용이라는 행위에 이미 이주노동자의 단속 과정 중 피신이 포함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사업주가 이미 예견한 것이며, 사업주의 ‘업무상 위험 범주에 속하는 행위’다. 산재심사위원회도 2002년 결정에서 “이러한 도피도 근로조건에 부대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넷째, 공단의 법률 해석에 오류가 있다. 피신행위 중 발생하는 사상사고는 이주노동자가 재해를 일부러 발생시키는 ‘고의적 행위’가 아니다. 피신행위 자체는 ‘범죄행위’가 아니다. 범죄행위로 업무상재해를 부정당하는 경우는 사업 자체 또는 행위 자체가 법률 위반이 명백한 경우일 뿐이다.

산재보험은 노동자 산재사고에 대한 공정하고 신속한 보상을 목적으로 한다. 공단은 이주노동자에 대해 차별적 판단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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