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민지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청와대 인근은 과거 수년 동안 집회와 시위를 엄격히 제한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청와대 앞길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전면개방을 선언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효자로 집회 신고에도 짐짓 관대한 모습이다. 사랑채 앞은 종종 농성장이 만들어져 노동조합 투쟁의 근거지가 되기도 하고, 전국노동자대회나 노동절집회 같은 큰 집회가 있는 날이면 사전집회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돌려받은’ 청와대 앞이지만 모든 집회와 시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일지라도 경력(警力)은 여전히 ‘때에 따라 다른’ 대응을 보인다.

얼마 전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 모습을 보자. 지난달 13일 당시 비정규 노동자들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비정규직 그만쓰개” 기자회견을 한 후 효자로를 따라 행진하기로 예정하고 청와대 사랑채 앞에 집회신고를 했다. 여기에 대한 금지통고는 없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길로 진입하자 경력은 그들을 막아섰다. 집회물품을 실은 차량은 억류됐고, 대오는 고착돼 밀려나갔다. 항의하는 노동자들 중에는 부상자도 생겼다. 당시 노동자들은 손에 피켓을 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전국교직원노조의 1인 시위에 대한 경찰 대응 역시 다르지 않았다. 30여분의 짧은 시간 동안 가청거리 이상으로 떨어져 법외노조 직권취소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던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경찰은 “두 명만 서라” “한 명만 서라”며 “협조”를 요구했다. 채증 사진을 찍고 해산명령을 위해 방송차를 대기시켰음은 물론이다.

단순히 비정규 노동자들이 폭력적이었기 때문에, 전교조가 위법했기 때문에 이들의 집회와 시위가 제지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을까?

비정규직 문제는 이번 정부가 당선 이전부터 완벽히 해소할 것을 약속했지만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국제 사회와 노동계가 한목소리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3년 가까이 해결되지 못했다. 누구보다도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이 많은 노동자들에게 청와대 사랑채 앞은 여전히 열린 듯한, 열리지 않은, 열릴 것 같은 공간으로 남아 있다. 시민들에게 “돌려줬다”지만 정부 입맛에 맞는 시민들에게만 “열린 공간” 이 돼 버린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집회와 시위가 폭력적이고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안다. 집회와 시위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기적을 만드는 힘이라는 점을 배웠다. 그렇다면 그에 맞춰 장소를 보는 문화도 변화해야 한다. 더 이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억압하지 말자. 청와대 사랑채 앞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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