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공연예술인들의 연간 총수입이 최저임금의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활동을 통한 실업급여 수급 경험 비율도 2%가 채 안됐다.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서울북부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공연예술, 노동을 말하다’는 주제로 열린 예술노동포럼에서 발표된 ‘공연예술 분야 근로조건 실태조사’ 내용이다. 성북구노동권익센터와 문화예술노동연대가 연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예술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예술인 노동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공연예술인도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간·국공립극단 할 것 없이 처우 열악”

최여울 공인노무사(이산노동법률사무소)는 성북구노동권익센터가 연구지원사업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한 달 동안 연극 분야 종사자 19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연극인들은 예술활동만을 통해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년 간 연극 공연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2016년 평균 246만원, 지난해 256만원에 그쳤다. 다른 일을 병행해도 연극인들의 기본적인 생계는 보장되지 않았다. 연평균 소득은 2016년 1천194만원, 지난해 1천195만원으로 당해연도 최저임금의 80%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극인들은 연습시간을 포함해 1년에 평균 6개월간, 1일 6시간36분을 공연을 위해 투자했다.

민간극단의 경우 계약서 자체를 작성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국공립극단 규모의 작품에 출연하는 경우에는 52.9%가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표준계약서 작성 비율은 41.1%에 그쳤다. 고용보험 혜택도 거의 누리지 못했다. 응답자 중 실업급여 수급경험 비율은 1.6%에 그쳤다. 조사 당시 고용보험 가입 비율을 0%였다.

최여울 노무사는 “민간과 국공립극단이 처우에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계약서 작성 외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며 “연극인들 처우가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저예술임금 개념 고려해야”

김현호 공인노무사(삼현공인노무사)는 “공연예술 종사자에 대한 노동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적절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노무사는 “조사 결과 배우는 자신의 배역을 대체 가능한지에 관해 89.5%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금지급은 작품이 종료된 뒤 공연 수입 중 순수익 일부를 분배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노동자성이 부정되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며 “공연 종료 뒤에 돈을 받는 것도 억울한데 이것 때문에 노동자성까지 인정받지 못하면 불평등은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공연예술 종사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종승 공연예술인노조 위원장은 “공연예술인들은 출연료·연습시간·공연 회차에 대한 고려 없이 통으로 임금을 지급받는다”며 “그나마도 일부를 진행비로 쓰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실제로 공연하고 나서 받는 금액은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정안나 서울연극협회 복지분과 위원장은 “공연예술 노동의 가치를 일반 노동과 동일하게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최저예술임금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송창곤 방송연기자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예술인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도 중요하지만 공연예술인 노조에 힘을 싣고 활동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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