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드디어 조선일보 반대운동에 나섰다. 6월 25일 조선일보 '구독중지운동'을 선언하고 구독거부 운동에 돌입한 데 이어 26일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의 민주노총 집회는 노동자들이 조선일보의 문제, 더 나아가 언론의 문제에 직접 대응하겠다는 신호탄이어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면 그 동안 민주노총은 반대 안 했었나'하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민주노총의 조선일보의 반대운동은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민주노총은 조선일보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에도 참가단체로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선일보의 반 노동자적 보도에 민주노총은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를 고려하면 수많은 집회장에서 노동자들이 보여준 투쟁열기의 1/10이라도 조선일보를 향해야 할 터였으나 그러지 못했다. 바로 '조선일보가 그래도 언론'이라는 포장술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일보도 형식상 언론인지라 그 포장술에 가려진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언론이라는 포장'만을 보게 된다. 조선일보가 나쁜 신문임을 알면서도 그리고 반대를 표명하면서도 '활용'의 미련을 못 버리는 것은 바로 '그래도 언론아닌가'라는 '언론포장술'에 취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 일부와 노동단체 마저 그 취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도 일부 단체는 그런 것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민주노총의 조선일보 구독거부 운동은 노동자들이 조선일보의 본질을 간파했고 그 실체가 우리 사회개혁과 변화의 '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반대운동을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가히 역사적 투쟁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20 대 80'의 사회를 '10 대 90', 아니 '1 대 99'의 사회로 만들려고 발악하는 신문이다. 조선일보의 '얼굴'인 김대중 주필은 자신의 칼럼에서 그 '99'의 사람들을 '도토리'로 무시하는 오만함의 대가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그 '20' 혹은 '10' 혹은 '1'%의 사람들을 위해 복무하는 수구·기득권·엘리트주의의 전도사다. 81년 역사 동안 수구·반동·냉전·기생·엘리트주의로 점철되어 온 조선일보는 일제시대에는 친일,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는 독재자 찬양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한 신문이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92년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 즉 '권력을 만드는 신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런 조선일보의 본질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 모순을 재생산하는 핵심이다. 조선일보의 반 노동자적 보도가 사실 왜곡을 밥먹듯이 하고 악의적 편파성을 띄는 것도 단순한 왜곡보도로 보아서는 안 된다. 바로 조선일보의 본질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제 민주노총은 '취기'를 완전히 떨쳐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회의 근본적 모순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희생양인 노동자들이 모순의 핵심에 자리한 조선일보를 단호히 배격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조선일보 반대투쟁이 다른 시민사회의 투쟁보다 더 값진 이유는 '노동자 대 조선일보' 대립구도가 이 신문의 본질을 세상에 더 잘 알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산하 노조와 소속 노조원들의 역동성, 동원력도 다른 시민단체에 비할 바 아니다. 그리고 그 조직력을 바탕으로 구독거부 운동도 실질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짧지 않은 시간을 돌아왔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조선일보의 '언론적' 형식에 현혹되지 않기를 거듭 당부하며 민주노총의 이번 투쟁이 전체 조선일보 반대운동에 크나큰 자극과 희망을 불어넣었음에 자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이유경(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홍보팀장/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매체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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