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사람 웃기기는 쉬워도 울리기는 어렵다고, 오래전 마당극 만들면서 배웠다. 상황을 비트는 말 한마디로, 넘어지고 부딪히는 과장된 몸짓으로도 웃음은 터졌다. 그러나 눈물은 슬픈 감정을 땔감 삼아 물 데우는 일이었다. 열기가 차곡차곡 쌓이다 어느 순간 왈칵 끓어넘친다. 쉽지 않아 속이 끓었다. 웃는 사람 사진 찍기는 수월해도 우는 사람 담기가 난감하다. 카메라 방패 삼아 눈물 앞에 서지만 이내 주춤거린다. 디지털카메라 셔터 한 번 누르기란 일도 아니었지만, 눈물에 공감하는 일이 자주 힘겹다. 길에 나섰다지만 인격권이 또한 엄연했다. 약속은 쉽지만, 온전히 지키기가 어렵다. 기대 컸던 사람들이 길에 섰다. 한뎃잠과 단식과 몸싸움이 이어진다. 간절함을 내보이는 일이란 고난을 앞다투는 일이 됐다. 고상할 수가 없다. 거기 청와대 앞길이 고생길이다. 곡기 끊고 비닐집 앉은 공공기관 비정규 노동자가 그 앞 집회를 지켜보다 울었다. 별다를 것 없는 처지 사람들이 옆자리 지켜 응원했다. 약속 이행을 채근했다. 악덕 채권자 취급 수모를 견뎌 목소리 높였다. 사람들은 슬퍼도 울지만 많이 기뻐도 운다. 사람 울리는 게 이래저래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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