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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일자리만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지난달 24일 정부가 단기 공공일자리 5만9천개를 청년·신중년·어르신 맞춤형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중 청년실업 완화와 재해예방 일자리로 약 2만명을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과 행정업무원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장기화돼 나아질 기미가 없는 청년실업률의 현실이 있지만 그 양상을 보면 우려가 많다. 그동안 유사한 방식에 대한 많은 비판들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중앙정부는 숫자를 앞세워 톱다운 방식으로 정책을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화하는 경기불황에서 공공부문이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응당 맞는 말이지만 이는 하루아침에 뚝딱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관리와 세심한 대책을 병행해야 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에게 그 시간이 의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의미는 업무적인 작은 성취감일 수도 있고, 자신의 경력이나 역량과 관련된 부분일 수도 있다. 단기적인 일자리 사업에서 이러한 의미를 참여자에게 부여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다못해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측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의미 부여와 참여자 중심의 사업 설계는 수치로 된 성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런 방식의 사업이 막무가내로 이뤄지면 참여자는 개별 일터에서 소모품 취급을 당하거나, 동료와 관계 형성이 어러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다 보면 참여자에게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몇 달 동안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만 키우는 시간이 돼 버릴 수 있다.

올해 여름에 시작된 행정안전부 주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에서 드러나는 문제도 유사하다. 행정 체계가 작동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확인된다. 애초 심사단계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제출한 대다수 사업은 필요는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국비 매칭을 받고자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직접일자리 사업으로 청년에게 의미 있는 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장을 발굴을 할 틈도 없었다. 기초자치단체에서 중앙정부로 사업계획을 제출하는 상향식이라는 모양새는 갖췄으나, 대다수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일터로 내리꽂는 방식이다. 문서상으로는 명시돼 있는 교육훈련에 대한 지원이나 사업에 대한 점검 및 논의 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최근 부산 청년단체들이 모인 ‘부산청년행동’이 조사한 사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0여명을 채용한 부산청년 파란일자리 사업은 사실상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에서 이름만 바꿔서 시행되고 있다. 유사하게 2013년부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 뉴딜일자리 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사업장과 참여자 관리지만,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는 전혀 수용되지 않고 기존 일자리 사업의 문제를 답습하기만 하는 모양새다. 일부 확인된 민간 사업장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 마을 청년보안관이라는 사업은 50명에 달하는 인원이 한 기업에서 일하는 사업인데, 30분 일찍 출근시키려고 한다거나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야근을 요구하고, 사업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자 개인 카톡을 감시하거나 확인을 요구하는 인권침해, 업무에 필요한 PC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상식 이하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행정 영역에서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행안부에서는 예산만 지원하고 집행률만 확인하고, 광역 단위에서는 참여자 및 사업장에 대한 매니징 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다. 늦었지만 이에 대한 평가와 보완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올해 수출은 호황을 누렸음에도 고용창출은 바닥 수준이었다. 기업 활동을 포함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인프라에 대한 공공의 역할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는 관념은 대단히 낡은 생각이다. 공공의 일자리 창출은 이러한 안전과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부분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만일 단기 일자리를 불가피하게 창출한다면, 다른 일자리로의 이행을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만 한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직접일자리 사업은 단순히 할당량을 정해 놓고 위에서 때리면 되는 사업이 아니다. 사업 참여자 지원과 관리, 사업장 모니터링 등 관리에 대한 부분을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고려해 계획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김영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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