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일반연맹
국공립대학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직접고용된 뒤에도 저임금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들이 약속이나 한 듯 기존 정규직·무기계약직과 분리해 별도직군으로 두면서 임금이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 상여금과 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줄였다.

민주일반연맹은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공립대학들이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전국적으로 용역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화를 완성하고 있다”며 “정규직·무기계약직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 차별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노임단가 적용에서 최저임금 수준으로 회귀”

연맹은 10개 국공립대학 정규직 전환 노동자의 임금을 공개했다. 전북대의 경우 2016년 용역 청소·시설노동자들에게 월급으로 기본급 126만원·상여금 21만원(기본급의 200%)과 명절상여금·중식비·수당을 합해 174만6천여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올해 1월 용역노동자를 직접고용한 뒤부터 월 기본급 160만3천여원에 급식비·직급보조비·명절상여금·복지비를 더해 193만8천여원을 지급하고 있다.

최기호 연맹 대학청소·시설노동자 전국공동행동 투쟁본부 집행위원장은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하고 나머지는 급식비를 비롯한 각종 수당으로 재편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했다”고 설명했다. 최기호 집행위원장은 “용역업체에 남아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시중노임단가를 적용받았다면 최고 월 239만9천여원까지 받았을 것”이라며 “용역 임금체계에서 최저임금 인상분만 반영해도 올해 기대 급여는 211만2천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정부가 2012년 내놓은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르면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용역노동자의 임금을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중노임단가 기준으로 책정해야 한다.

기존 정규직·무기계약직과의 차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연맹은 “대학들이 기존 무기계약직에게 지급한 명절상여금은 기본급 대비 120%(설·추석 각 60%씩) 정도인데, 10개 국공립대를 분석한 결과 이번에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의 명절상여금으로 정액 80만원 또는 기본급 60% 수준을 줬다”며 “복지비도 연간 100만~120만원을 받는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연간 4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연맹은 “기존 정규직·무기계약직과 달리 호봉·근속수당도 적용받지 못한다”며 “심지어 같은 청소업무를 하는 정규직·무기계약직들과도 임금 격차가 심한 경우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절감된 중간관리 비용 노동자 처우개선비로 써야”

연맹은 “임금 차별·하향 평준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대학들이 직접고용으로 절감되는 용역업체 이윤을 노동자 처우개선비로 온전히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맹은 올해 3월 용역노동자를 직접고용한 뒤 임금을 확정하지 않은 서울대를 사례로 들었다. 연맹은 “서울대가 교섭에서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중간수수료 일부를 노동자 처우개선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며 “용역업체 이윤 등 절감재원을 전환 노동자 처우개선에 사용하라고 명시한 정부 지침을 어기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는 "파견·용역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시 절감되는 이윤·일반관리비·부가세 등(전체 비용의 10~15%)은 반드시 전환 근로자 처우개선에 활용하라"고 적시돼 있다.

연맹은 “대학이 정규직 전환조차도 예산절감 도구로 전락시키며 정부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맹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전환된 용역노동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대학들은 전환된 노동자들의 임금을 장기적으로 정규직 대비 60~70% 수준으로 맞추는 등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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