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지하철 역사의 미세먼지와 라돈 농도가 지하철 밖보다 나쁘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실내공기질 관리기준을 대기 환경기준과 일원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는 27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지하철 이용시민·노동자 미세먼지·라돈 노출위험 평가 및 관리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고용노동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을 수행했던 한국방송통신대 산학협력단의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실내공기질과 대기 관리기준 일원화해야”

연구용역 연구책임자인 박동욱 방송통신대 교수(환경보건학)는 “지하철 환경은 일반 시민과 노동자가 유해물질에 동시 노출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서울역 대합실 등 일부 지하철 역사는 외부 대기보다 미세먼지(PM10) 농도가 훨씬 높았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주요 유해물질은 라돈과 미세먼지, 디젤연소배출물, 극저주파가 해당한다. 미세먼지를 PM10, 초미세먼지를 PM2.5로 분류한다. 하지만 실내공기질 관리기준과 대기 환경기준이 달라 지하철 유해물질에 대한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 지하철 PM10 농도는 평균 세제곱미터당 77.8마이크로그램(㎍/㎥)이고 범위는 7.3~170.2마이크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평균 농도가 환경부 실내 공기질 기준(150마이크로그램)을 넘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PM2.5 발생 수준은 조사한 적이 없다. 지하철 공기 중 라돈 농도 평균치는 환경부 권고기준인 세제곱미터당 148베크렐(Bq/㎥)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지하철 역사는 달랐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100베크렐과 환경부 권고기준인 148베크렐을 넘은 역사가 29곳으로 나타났다.

또 지하철 노동자 직무별로 PM2.5와 디젤연소배출물 대리인자인 카본블랙 노출 수준을 살펴보니 기술직 노동자의 경우 모터카를 이용해 터널을 정비할 때 노출되는 PM2.5와 카본블랙 수준이 가장 높았다. 특히 카본블랙의 경우는 디젤차량을 직접 이용하는 환경미화원과 지게차 운전원 노출수준과 비슷했다.

박 교수는 “지하철 환경은 노동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노출되는 주요 환경이다 보니 실내 공기질 관리기준을 대기 환경기준과 일원화해 관리해야 한다”며 “지하철 안전보건 거버넌스를 마련하는 한편 디젤차량 사용 제한·교체와 라돈 발생·노출 억제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자체도 심각성 알아야” 조례 제정 필요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주제발표에서 “지하철 유해물질은 열차에서 터널·승강장·대합실로 확산된다”며 “각 지역 지하철마다 환기나 청소를 하는 시간과 주기가 제각각이어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분진의 정의에 미세먼지를 포함했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작업장 노출 기준이 없고 작업환경측정 기준은 여전히 분진 종류로만 접근하고 있다. 조 국장은 “시대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분진 종류가 아닌 크기에 따른 기준이 필요하다”며 “환경부와 노동부 기준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하철을 운행하는 지역별로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조 국장은 “지자체도 정확한 실태파악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조례 제정을 통해 지자체와 시민·전문가·노사로 구성된 감시체계를 구성하고 측정 결과를 실시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성필 노동부 산업보건과 주무관은 “현재 노동부는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해 라돈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며 “조만간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해당 지자체와 지하철 운영사에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지하철은 지하 2~3층에서 운영되는데 지하 1층 지하상가라고 상황이 다르겠느냐”며 “지하상가는 오염원이 더 다양한 만큼 지하공간에서의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문제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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