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결성된 청계피복노조의 활동을 이어 가기 위해 서울지역 봉제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파고다타워에서 ‘서울봉제인노동조합 창립총회 및 축하 연대마당’ 행사가 열렸다.

48년 전 이날 청계피복노조가 결성됐다. 화섬식품노조·전태일재단·서울노동권익센터·성동구노동권익센터 등은 지난해 3월 공동사업단을 꾸려 노조 설립을 추진했다. 대상은 서울지역에서 일하는 봉제노동자들이다.

의복가공은 서울의 2대 제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봉제노동자는 9만3천624명이다. 10인 이하 사업장이 88.9%를 차지한다. 많은 노동자들이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서울봉제인노조는 “30년 전 코트 공임비 7천원이 아직도 그대로이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지하실 비좁은 작업의자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일한다”며 “하청의 하청으로 이어지는 객공시스템으로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노조는 민주노총과 함께 △봉제노동자 4대 보험 가입 △봉제공제회 설립 △서울시와 사용자단체가 참여하는 3자 협약 체결을 추진한다. 정식 명칭은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다.

강도수 화섬식품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현재 자치구와 같이 협소한 단위의 사용자협의회가 조직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에게 예산을 지원하는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3자 협약 체결에 나선다면 대표성이 있는 사용자단체가 구성되고 봉제노동자들의 권익도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네이버지회·넥슨지회·스마일게이트지회·카카오지회는 성명을 내고 "선배님들의 손을 거쳐 나온 화려한 옷이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처럼 선배님들의 노동이 이제 진정한 값어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노조가 아니었다면 미처 깨닫지 못했을 선배님들의 삶에 더 깊이 공감하고,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후배들 역시 아낌없이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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