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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민주노총만의 정부가 아니다’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오늘도 세상은 분주하게 돌아가나 보다. 나만 게으르게 지내다 세상 소식에 문득 놀란다. 그럴 때면 이 세상이 낯설다. 지난 24일 저녁뉴스를 보면서도 그랬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참여연대·민변만의 정부가 아니다”고 말했다는 뉴스였다. 뉴스를 검색해서 자세히 읽어 보니,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지난 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 직후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정부도, 참여연대만의 정부도, 또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만의 정부도 아니다”고 했고, 24일에는 ‘김명환, 문성현의 손을 계속 뿌리칠 텐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용한 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향해 “두 분이 서로 손을 잡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아마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경사노위로 전면 개편하면서까지 사회적 대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그 출범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 크게 섭섭한 모양이다. 이렇게 조국 수석의 말을 보도한 뉴스로 나는 오늘을 읽고 있다.

2. 조국 수석은 페이스북에서 “현재의 의회구도 및 경제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시민·사회운동의 요구를 일거에 다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시민·사회운동과 손잡고 대화하면서 국민 앞에 책임지는 결정을 내놓으려는 정부”라고 했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가능한 ‘반보’(半步)를 확실히 내디디며, 다음 ‘반보’를 준비하려는 정부”라고 강조하면서, “민주노총·참여연대·민변 여러분의 매서운 비판은 좋다. 그렇지만 현 상황, 현시점에서 ‘반보’를 내딛는 일은 같이합시다” 하고 요청했다.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운동과 함께하고자 하는 동지애가 담긴 글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절제된 글이지만 그의 솔직한 심경이 읽혔다. 22일 경사노위 출범 직후에 격렬하게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등만의 정부가 아니라고 했던 것을 가라앉히고서 24일 작성한 페이스북 글에서도 시민·사회운동, 특히 민주노총에 대한 그의 심경을 넉넉히 헤아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해 봤다. 이런 심경은 조국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조국의 말은 조국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시민·사회 활동가로서 문재인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도 조국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 함께했던 것처럼 문재인 정권과 시민·사회운동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22일 경사노위 출범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계·경영계를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저와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민주노총이 이른 시일 안에 (경사노위에) 참여해 주길 희망한다”고 말하고, 문성현 위원장이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도 마찬가지 심경에서 비롯된 것일 터다. ‘함께하고 싶은데 민주노총이 함께해 주지 않는다. 함께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맘을 몰라 준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화기구 경사노위에 참여하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 결단하면 언제든지 동반자로 함께할 뜻이 있다’고 말하는 것일 게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노사 어느 일방을 편들 수가 없는 공공의, 국민의 정부라서 민주노총의 요구만 들어줄 수가 있는 정부가 아니니 경사노위에 참여해서 사용자단체 등과 대화하라며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일 게다. 대통령부터 경사노위 위원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관계에 관한 법집행을 하는 권력자들의 말을 읽고 나니 이렇게 나는 그들의 심경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3. 그런데 문득 궁금하다. 무엇이 함께한다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하고 있기에 시민·사회운동, 특히 민주노총과 동반자로서 함께 손잡고 나아가고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혹시 내가 게을러서 미처 몰랐던 무엇이 있기라도 한 것인가.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면서 노사정위를 경사노위로 바꾼 것을 두고서 과거 정권과는 다르게 노동계를 특별히 대우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인지 궁금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을 살펴보고서도 나는 도대체가 알 수가 없었다. 참여 단체가 확대된 것을 두고서 과거 노사정위에도 참여할 수 있었던 민주노총인데 새삼스럽게 함께하는 문재인 정부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참여 사용자단체가 반대하면 경사노위에서 합의된 것도 아니라서 과거 노사정위와 별반 다를 것도 없다. 혹시 이전 정권 때보다 노동에 우호적인 공익위원들로 채워졌으니 참여해 달라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굳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것이 아니라고까지 말할 것도 아니었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법률안 등을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으로 결정해서 국회에 넘기면 그만이고, 괜히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게 불필요하다. 노동자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노동자가 단결해서 교섭하고 파업할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의 행사에 관한 노조법 등을 개폐하고자 하는 안건은 어차피 사용자단체가 찬성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더구나 이는 노사정 간 합의해야 보장되는 노동자의 자유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노동자인 인간에게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자유인 것이다. 괜히 사회적 대화 운운하면서 노동자의 권리 중 무엇을 사용자에 양보하고서 얻어야 할 노동자의 자유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이 나라에서는 노사정위 등 사회적 대화기구가 출범하고부터 줄곧 노동자의 자유를 노사정 합의 내지 협의 대상인 양 취급해 왔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사회적 대화는 언제나 권력이 내세워 왔다. 근래 2015년 9월 박근혜 정권에서도 노사정위에서 노사정 대표의 합의가 있었지만 그것은 노동자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자의 권리를 절충하는 것이었으며, 오히려 일반해고 도입 등에 악용됐다. 이렇게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즉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문재인 정부는 그 일을 하면 된다. 민주노총이 참여해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걸 두고서 섭섭하다고 말할 일도 아닌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 일을 하면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이 나라 노동자들은 손뼉을 쳐 줄 것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을 보면 민주노총이 참여하면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질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고 해석되지 않는데,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아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단지 민주노총이 참여했다면 22일 출범식에서 문성현 위원장이 눈물을 흘리고, 조국 수석이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것이 아니라는 글을 올리는 일만은 없었을 것이긴 하다.

4. 이렇게 끄적이다 보니, 적어도 민주노총과 함께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진심은 읽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내게 물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며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분명히 그렇다. 노동자를 위한다고, 그래서 민주노총 등 노동자들의 대표단체와 함께하겠다고 대통령을 비롯해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분명히 밝혀 왔다. 그들의 말을 통해서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밝혀 왔다. 그런데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그들의 말과 권력자로서 그들의 행동인 실천은 달랐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다는 그들의 말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는 데로 나아가지 않았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는 데로 나아가야 할 때면 주저앉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노동시간단축도, 최저임금도 사용자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나아가야 할 결정적 시기에는 물러섰다. 이 때문에 노동자의 일자리 확대, 소득 증진 등을 위한다는 개혁 취지는 사라지고, 기업 사정 등 사용자를 위한 고려로 채워졌다. 어느새 대기업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는 노동격차,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운운하는 주장이 집권여당과 정부부처에서 나오기 시작하고, 박근혜 정권에서 추진했던 노동개악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경사노위에서 합의되지 않더라도 뭔가 안을 만들어 국회 등에 제출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노동자·민주노총 등과 함께한다는 진심을 알아 달라고, 오늘도 끊임없이 문재인 정부의 권력자들은 말하고 있다. 사용자를 위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에 관한 입법을 추진하면서도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경사노위에 참여해서 이에 관해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하도 진심의 표정을 짓고서 하는 이런 말을 듣다 보니 나는 순간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와 비밀리에 이면합의를 하고서 이 정부에 참여하고 있었나, 그렇지 않은데 이토록 말하고 있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이 나라의 권력과 동반자로 함께한다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정말로 한 나라의 권력과 함께한다고 하는 것은 많은 것을 걸고서 함께 나아간다는 말이다. 이 나라 노동운동이 권력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오늘 무엇을 보더라도 그렇게 보기 어렵다. 민주노총 간부 한 명도 민주노총 대표로 고용노동부·청와대 등 권력기구에 파견돼 노동관련 법집행을 하고 있지 않다. 혹시 민주노총 등 노동에 우호적인 인사가 청와대 등 권력기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는 말이라면, 이는 너무도 나아간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두고서 동반자 운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진심으로 동반자로서 함께 하는 일이 없는데, 오늘 이 나라에서 고작해야 사용자 등도 참여하는 경사노위를 두고서, 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민주노총만의 정부가 아니다”고 한 그의 말은 도대체 납득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정부가 아니라 대한상의·경총 등 사용자단체를 포함한 사용자를 위해서도 일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한 말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취지의 말이면 경사노위 참여로 이 나라 노동자에게 어떤 자유와 권리를 확대 보장하게 될 것인지, 민주노총이 고민하더라도 섭섭하다 말할 일이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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