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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 않는 노동시간공성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 공성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2004년 법정근로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기 시작했지만,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64시간[44(법정근로)+12(연장근로)+8(휴일근로)]에서 68시간[40(법정)+12(연장)+16(휴일)]으로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1주일은 7일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14년이 지난 뒤에야 법이 1주일은 7일이라고 규정했다. 이제야 정상적인 주 40시간제로 되돌아오기 시작하는구나 하고 방심하는 사이 탄력근로시간제가 훅 들어온다.

국회는 현행 2주, 3개월 단위로 시행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리겠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최대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기업이 어려워져서 그렇단다. 1주를 7일로 비정상적 해석을 정상적으로 돌리는 대가로 가산임금 중복할증제를 폐지했다던데, 1주일이 7일이 된 지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았고, 300인 미만 사업장은 아직도 1주일이 7일이 아닌데도 그렇단다.

일부 언론은 노동시간이 최대 52시간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유연한 근로시간제가 필요한데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인 3개월은 너무 짧아서 효용이 없다며 선진국과 같이 단위기간을 늘리자고 한다. 선진국인 프랑스도 단위기간이 1년이고, 독일도 6개월이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법정노동시간이 1주 35시간이고 독일이 단체협약으로 정한 평균 주당 노동시간이 37시간이란 말은 하지 않는다. 2017년 프랑스의 연간 근로시간이 1천514시간이고 독일은 1천356시간인 데 반해 우리는 2천2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라고도 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주 39시간제 시행과 함께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처음 도입됐고, 주 35시간제를 시행하면서 1년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논의됐다. 독일도 단체협약으로 주 38시간으로 변경될 때 2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처음 도입됐고, 37시간제로 바꾸면서 6개월 단위로 확대됐다. 즉 유럽 선진국들은 주 40시간 이하로 노동시간이 줄어들 때 사용자에 대한 타협의 수단으로 도입되거나 확대됐던 것이다. 우리도 주 44시간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몇 년 뒤 1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도가 도입됐고 주 40시간제로 바뀌면서 3개월 단위로 확대 시행됐다. 그런데 주 44시간제에서 주 40시간제로 바뀌었지만 실제 노동시간은 주 64시간에서 주 68시간으로 늘어났기에 사실은 필요하지도 않았던 탄력적 근로시간제도가 확대 시행됐던 것이다. 개정법 시행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사용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노동자에게는 나쁜 제도다. 주간 노동시간이 들쭉날쭉해지고 법정시간보다 일을 많이 하더라도 연장수당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임금보전 방안을 강구하라는 규정이 있지만 훈시규정이어서 이를 지키는 사용자는 없다(혹시나 지키고 있는 사용자가 있다면 미안하다). 게다가 단위기간이 6개월이나 1년으로 늘어난다면 노동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커지게 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6개월이나 1년간 64시간 일을 시킬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6개월 단위기간이라고 하면 1월부터 시행해 전반 3개월(1~3월)은 40시간, 후반 3개월(4~6월)은 64시간, 다음 6개월 단위기간에는 전반 3개월(7~9월)은 64시간, 후반 3개월(10~12월)은 40시간 일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4월부터 9월까지 연속 6개월 동안 64시간 일을 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부는 개정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에서는 단위기간 중 최대 80시간 일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어서, 이에 따른다면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6개월 동안 80시간이나 일을 시킬 수도 있게 돼 더욱 심각하다. 현재 노동부 고시는 과중업무 기준으로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일 평균 60시간(4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 간 관련성이 강하다고 인정한다. 또 주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면 자살 위험이 42%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로사에 과로자살까지 노동자의 건강권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이 제도가 확대 시행되면 노동조합이 있는 노동자들이 심각하게 피해를 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다면 노동조합과 서면합의를 거쳐야 한다.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근로자대표에게 이 제도의 시행을 맡겨야 하지만, 근로자대표 제도의 실효성이 문제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90%의 노동자들에게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삶과 죽음의 문제다.

공성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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