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
“필리핀에 있을 때부터 어떤 일인지 설명 안 했다. 손님과 같이 앉는 것도, 성매매를 시키는 것도 이야기 안 했다. 처음에는 그냥 가수로 일하라고 했다. 휴가도 월급도 있다고 했다. 모두다 거짓말이었다.”(예술흥행비자로 입국한 여성 이주노동자)

“하루에 19~20시간 일한다. 잠이 부족해 피곤하기 때문에 하루에 인스턴트커피 10잔을 마신다. 팔다리가 안 아픈 곳이 없다. 이렇게 일하다가 장애를 입을까 걱정이다.”(20톤 이상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남성 이주노동자)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 가입 3주년을 맞아 인신매매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고 인신매매 피해자를 조기에 식별해 인권침해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인신매매 방지 안내서’를 발간했다.

인권위는 “그동안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행위만을 인신매매로 여겨 왔다”며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 핵심은 착취”라고 지적했다. 가해자가 사람의 취약한 상태를 이용해 합당한 대가 없이 노동력을 착취해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성매매를 강요해 성을 착취하는 경우도 인신매매에 포함한다는 설명이다.

인신매매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않다. 2014년 인권위 실태조사에서 공연하기 위해 입국한 예술흥행비자 이주노동자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태국 여성들을 관광비자나 위장결혼을 통해 입국시킨 뒤 부산·제주 등 업소에서 감금한 채 성매매를 시킨 브로커와 업주 70여명이 검거됐다.

미국 국무부가 발간한 ‘2017년 인신매매보고서’에서는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강제노동 인신매매 피해자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신매매 방지 안내서는 인신매매 정의·특징과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지표(행위·수단·목적),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인신매매 범죄의 주요 대상이 되는 이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문자를 넣어 가독성을 높이고 영문으로도 제작·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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