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8.22 목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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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구조조정 그 후] “아들이 죽어 갑니다” 피 끓는 어머니의 호소지난해 희망퇴직 관련 스트레스, 노조 대의원 뇌출혈로 쓰러져 … "회사 허위진술에 산재 불승인"
▲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최대 주류업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3월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자발적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불안했다. 혹시라도 회사측 블랙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노조 대의원이던 박아무개(40)씨 휴대전화는 “구조조정 명단에 내 이름이 있느냐” “이번에 구조조정 되는 게 맞느냐”는 노동자들의 문의로 폭주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29일 서울 서초구 하이트진로 사옥에 위치한 진로노조 사무실에서 노조 영업관리지부장과 희망퇴직 조합원 구명 관련 대화를 하던 중 박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는 1년8개월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상병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산업재해를 불승인했다. 박씨의 어머니 권형숙씨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호소했다.

“회사가 근거 없는 허위진술을 제출해 산재인정을 방해하고 한 가정의 성실한 가장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법을 희롱하고 유린하는 추악한 기업 하이트진로에 대해 엄정한 진상조사를 촉구합니다.”

박씨 가족 “쓰러지기 직전 2주간 제대로 못 자”

25일 정의당 비정규노동 상담창구 ‘비상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하이트진로 구조조정 당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진 노조 대의원 박아무개씨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 한 달 병원비와 관련 경비가 1천만원에 달하지만 산재 불승인으로 치료는 물론 가족들의 생계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박씨 가족은 “회사의 부당한 구조조정에서 조합원들과 직원들 문의가 폭주해 괴로움을 호소했다”며 “기존 업무에 구조조정 관련 문의까지 겹치면서 쓰러지기 직전 2주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씨 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으나 회사는 구조조정 관련 자료 삭제를 요구하며 날인을 거부했다. 결국 가족들은 관련 내용을 제외하고 산재를 신청했고 회사는 박씨의 뇌출혈이 업무와 상관없음을 주장했다. A부장은 공단에 제출한 사업장 진술서에서 “박씨가 주 4회 소주 3병을 마시고 3년 이상 하루 담배 2갑씩 흡연했다”고 진술했다. 공단은 지난해 12월 “사업장 구조조정으로 인해 업무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단기 및 만성과로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과거 뇌출혈 병력과 음주 및 흡연, 관리되지 않은 고혈압 등 뇌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신청 상병 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A부장 허위진술 번복했으나 회사는…

박씨 가족은 A부장의 허위진술로 인해 산재가 불승인됐다고 주장한다. A부장이 진술한 대로 박씨가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A부장의 진술을 확인한 박씨 가족이 이를 문제 삼자 A부장은 허위진술을 인정했다. 그는 올해 3월 박씨 가족에게 보낸 진술서에서 “박씨의 평소 주량과 흡연 등의 실제 생활습관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진술서가) 작성된 것”이라며 “박씨의 음주 등 생활습관이 해당 질병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선입견을 줘 산재 판정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는 가족분들의 문제제기에 죄송하고 송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박씨의 삼촌 최재원씨는 “공단의 산재 불승인 사유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적된 것이 A부장이 진술한 음주·흡연”이라며 “A부장에게 잘못된 진술임을 확인받았지만 회사는 여전히 그를 징계하거나 허위진술이 사업장 진술로 작성된 배경을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산재 여부는 공단이 판단하는 것으로, 회사 역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회사는 산재 인정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허위진술과 관련해 “A부장이 자리에 없어 자세한 것은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박씨 가족이 회사에 진상조사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역시 박씨와 그 가족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그 차원에서 2년간의 병가휴직·모금활동도 했다”며 “서로 간 오해가 없이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씨 가족들은 현재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회사에는 진상조사와 사과를 요구했다. 권형숙씨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국민청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아들을 보면 참담하고 억울하다”며 “하이트진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힘없이 쫓겨나고 피해 입은 아들의 선배·후배님들이 이 글을 접한다면 제발 청원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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