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지난 20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위원장 박수근 한양대 교수)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관계제도 개선에 관한 공익위원 의견’(공익위원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들이 비슷한 해석을 내놓았다. “총파업 하루 전날… 정부, 탄력근로제 빼고 다 들어줬다” “강성 노조 세상인데 ‘노조 하기 더 편한 나라’ 만들겠다니”(조선일보), “‘해고자 노조가입 허용을’ 경사진 경사노위”(동아일보), “ILO 기준 맞추려 해고자도 노조 … 경영계 ‘기업 활동 저해’”(중앙일보), “경사노위는 수용 가능한 ILO 핵심협약 합의안 내놔라”(연합뉴스), “총파업 전날 勞 편든 경사노위 … 경제계 ‘노조천국 만들자는 것’”(한국경제) 등 언론들은 공익위원안이 현행 노동법을 노동기본권 보장에 충실하도록 대폭 개정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공익위원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ILO 기준이나 헌법에 비춰 오히려 미흡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은 실은 2004년 대법원 판결 이후 초기업단위 노조에서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 이번 공익위원안에 추가된 점이 있다면 해고자·실업자의 기업별노조 가입 제한을 풀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익위원안은 기업별 노조의 임원·대의원 자격은 종업원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공익위원안대로 하더라도 해고자·실업자는 여전히 기업별노조에서 조합활동을 하는 데 제한을 받게 된다.

‘전교조 합법화’를 위한 길을 터 줬다고 비난받는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 문제도 마찬가지로 한계적이다. 초기업단위 노조의 조합원 자격은 노조가 결정할 문제라는 대법원 판례와 상충되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규정이 애초에 문제의 씨앗이었다. 더군다나 이러한 독소조항을 활용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몬 것이 이전 정권의 노조파괴 전략의 일환이자 이에 부역한 사법부의 농단이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철회는 이런 적폐를 바로잡으려 한다면 정부가 즉각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할 일은 하지 않고 법 개정 문제로 떠넘겼다.

공무원노조 가입범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공익위원안은 6급 이하로 가입범위를 제한했던 규정은 삭제해야 한다면서도, 업무총괄자 등 직무에 따른 노조 가입 제한은 유지하자고 한다. 그러나 ILO 기준은 “공무원의 결사의 자유는 업무 및 기능과 무관하게, 아무런 예외 없이 모든 직급의 공무원들에게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무장한 경찰·군대,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파업권의 제한은 인정될 수 있다. 현행법은 모든 공무원·교원의 단체행동권 일체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공익위원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처럼 보수세력이 맹공격하고 있는 공익위원안은 실제로는 매우 과장된 것에 불과하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문제는 ILO에서 십수 년째 권고하는 사항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거듭된 권고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음에도 여전히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식으로 비켜 갔다.

더욱이 공익위원안은 ILO 기본협약 비준과 아무 상관이 없는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에 관한 사항’에 대해 내년 1월 말까지 ‘일괄적인 합의’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논의 과정에서 사용자측은 직장내 쟁의행위 금지, 파업시 대체근로의 무제한 허용 등을 요구했다. 공익위원들도 ‘합리적이고 대등한 노사관계 형성’을 위해 노동측이 요구하는 단결권 보장과 자본측이 요구하는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제한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익위원안에서 주목해야 할 트로이 목마는 바로 이 지점이다. 단결권 보장에 관해서는 매우 제한적인 개선안을 제시하면서,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제한을 노동조합측이 ‘합의’해 줘야만 ILO 기본협약 비준을 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것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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