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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위원 권고안을 존중하자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많은 언론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발표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관계제도 개선에 관한 공익위원 의견’(공익위원 권고안)을 분석했다. 다소 양이 많지만 공익위원 권고안 핵심은 ILO 기본협약 4개의 국내 비준에 필요한 국내 법률 개정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우리나라는 1991년 ILO 회원국이 됐지만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은 27년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비준하지 않았다.

내용의 당부를 떠나 190여개 회원국 중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고작 10곳 남짓에 불과하다고 한다. 사실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에서는 우리에게 “핵심협약을 비준해 국제수준에 걸맞은 노동기준을 마련하라”는 요구와 압력을 계속해 왔다. 권고안이 입법된다면 ‘퇴직하거나 해고됐다’는 이유로 조합가입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이 요구된다. 계급과 직무로 제한받고, 단체행동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한 반쪽짜리에 불과한 공무원 노동기본권도 크게 신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도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기본권이 보장될 것이다. 바야흐로 노동의 기본이 지켜지는 정상적인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다.

부디 신속한 입법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다소간 보완이 필요한 내용도 있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및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확정에 관한 부분이 그렇다. 현재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아닌 독립성이 보장된 기관에서 면제한도를 정하도록 했지만, 한도를 벗어난 노사합의는 무효로 봤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임자급여 지급은 노사가 자율로 정할 문제다. 또한 근로시간면제심의위 고시는 면제를 정하는 최하한의 예가 될 뿐이다.

‘노조할 권리’가 현장에서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근간 중 하나는 전임자 활동 보장이다. 전임자가 제대로 보호받고 충분히 활동할 수 없는 사업장에서 제대로 된 단체협약이 맺어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돌이켜 보면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된 지 8년여 동안 현장은 그야말로 황폐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동의 양극화’가 가장 심한 곳이 전임자 활동이다.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악용한 일부 사례는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전임자 제도와 타임오프 제도 본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권고안이 수정 제안되길 희망한다.

공익위원안이지만 경사노위에서 한 권고안이므로 정부 의견이 반영됐다고 보더라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권고안은 결국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한다’는 게 요지다. 권고안을 두고서 일부 보수언론이 “기업이 망하게 생겼다” “우리나라에는 시기상조”라는 비난과 비판을 쏟아내는 것만 보더라도 ‘노동기본권 보장’을 충분히 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권고안과는 달리 최근 노동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민주노총은 21일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면서 총파업에 나섰다. 한국노총도 지난 17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정부와 국회가 일방적으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밀어붙일 경우 전조직적으로 투쟁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노동계의 첨예한 갈등이 시작됐다거나 양측이 결별 준비를 하고 있다는 둥 훈수를 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정부의 모태라 할 참여정부의 뼈아픈 경험이 ‘재생’되는 것 같다는 걱정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현장 사정이 악화 일로에 있는데도 일부 책임자들의 입에서 “대화가 안 된다”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는 말만 흘러나온다. 급기야 “노동조합(노동단체)과 보호해야 할 노동자는 구별하자”는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논리까지 등장한다. 그 다음에 어떤 말이 등장할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많은 노동자들이 정부가 앞장서서 ILO 핵심협약을 과연 비준할지 의심을 갖는 이유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없다. 눈에 보이는 몇몇 현상에 대한 푸념일 뿐이다. 권고안을 담은 개정안이 입법되고 더불어 ILO 핵심협약이 비준됐다고 하자. 예를 들어 1천만명을 육박하는 비정규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아간다고 하자. 최저임금이 아니라 보다 나은 생활임금 수준의 노동조건을 확보했다고 하자. 이들도 헌법과 법률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것인가? 오히려 더 많은 열악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찾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권고안 취지도 그렇다고 본다.

권고안 제도화는 이제 우리도 문명국의 자격을 갖췄다는 의미일 뿐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이 땅 노동자라면, 고용유무나 형태를 넘어 원래부터 보장받았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비준과 동시에 신속한 입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의심을 떨어내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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