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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과 수면장애 겹치면 자살생각 8배 높아진다"대한산업보건협회 '노동자 자살 실태와 예방' 심포지엄 … "사업장 자살 예방대책 시급"
2016년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만3천92명이다. 하루 평균 37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자살률은 14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자 자살 실태를 진단하고 예방대책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이 21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창립 55주년을 맞은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주최했다.

나이 많은 남성 관리자·젊은 여성 서비스직 극단적 선택 늘어

윤진하 연세대 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직업군 자살규모를 추정한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직장인 정신질환 규모를 살펴보면 전체 직업군의 3~6%가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그는 "직장에서 동료 100명 중 3~6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말"이라며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생각보다 많은 노동자가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직업별로 보면 여성 단순노무종사자가 자살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 교수가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여성 단순노무종사자의 자살생각(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 본 경우)이 12.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여성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9.5%), 여성 서비스 및 판매종사자(8.6%), 남성 단순노무종사자(8.3%)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 문제가 원인이 돼 실제 자살로 이어지는 고위험 직업군은 관리자로 파악됐다. 경찰청의 변사자 분석자료에 따르면 자살생각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전문가·서비스 판매원은 10%, 농림어업과 사무직은 20%였는데 관리자는 60%나 됐다. 관리자 자살생각 원인 중에서도 '직장생활'이 60%를 차지했다.

윤 교수는 "2010년 이전까지 자살생각유병률이 증가하다가 최근 감소 추세로 돌아섰는데 유독 50세 이상 남성 관리자와 젊은 여성 서비스직·판매원은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과 감정노동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살의 직업적 요인, 장시간 노동·직장내 괴롭힘·트라우마

주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면 자살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모열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교수(직업환경의학)는 "우리나라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어갈 때 자살 위험이 4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야간·교대 근무와 수면장애가 함께 나타나면 자살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2015년 국내 전기·전자제조업체 노동자 1만4천여명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야간·교대 근무자가 수면장애를 앓게 될 확률은 2.35배 증가하고 자살생각유병률은 1.18배 높아졌다. 그런데 수면장애를 경험한 야간·교대 근무자의 자살생각유병률은 8배까지 치솟았다. 강 교수는 "수면장애와 불규칙한 장시간 노동이 겹치면 자살 위험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수면장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직장내 괴롭힘 역시 자살충동을 부추기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의 경우 매일 자살생각을 한다는 응답이 33.3%나 됐다. 군인이나 경찰관·소방관·보건의료인·기관사·가축 살처분에 참여하는 공무원이나 농업인·저널리스트처럼 직업적 트라우마를 겪는 직종 역시 업무상자살 위험에 놓여 있다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단 하나의 자살예방 프로그램 택한다면 "게이트키퍼 양성"

김형렬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노동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단 하나의 프로그램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게이트키퍼 양성”이라고 말했다. 문지기라는 뜻의 게이트키퍼는 "생명을 지키는 사람"으로 불리며 주변 사람의 자살위험 신호를 재빨리 인지해 전문가에게 연계하도록 훈련받은 사람을 지칭한다. 자살 고위험군이 많은 사업장에서 게이트키퍼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자살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사후 개입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과로사와 과로자살 발생 현장에 대한 역학조사와 피해동료 지원 프로그램, 유족 지원 프로그램, 제대로 된 보상제도를 마련해 2차 피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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