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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면담 요구에 청와대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비정규 노동자 100명이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자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자신이 어떤 현장에서 일을 하는지 직접 쓴 손팻말을 들었다.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 노동자, 자동차·유리·배를 만드는 노동자, 공항·가스·발전소를 관리하는 노동자, 병원과 대학과 여러 시설을 청소하는 노동자, 학생을 가르치고 급식을 제공하며 마트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화물을 운송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고 청와대에 요청서를 전달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왜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을까.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것 같았다. 대통령 당선 이후 첫 외부 일정이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선언한 것이었다. 2018년 최저임금도 16.4%나 인상했다. 그래서 비정규 노동자들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지만 실망이 이어졌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 전환정책’이 됐고 노동조건도 개선되지 않았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개악돼 최저임금 인상효과도 사라졌다. 정책 논의과정에서 비정규직 당사자의 참여는 철저하게 배제됐다.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공공부문 노·사·전문가협의체에는 이해관계 당사자라는 이유로 해당 비정규직 대표자를 참여시키지 않았다. 같은 이해관계 당사자인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들은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데 말이다.

문제는 이 정부가 “비정규직을 위해서”라는 말을 지속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할 때도 “저임금·비정규직에게는 피해가 없다”고 말했고,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시간제 개악에 반대하자 “민주노총은 약자가 아니다”고 말하며 탄력근로시간제 개정이 마치 약자를 위한 개정인 듯 행세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으로 공단에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없애는 임금체계 개악이 이뤄졌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설치·수리기사나 방송사·항공사 비정규직들이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장시간 노동이 계속된다고 호소하고, 자회사 강행으로 한국잡월드와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는데도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대리기사노조를 사실상 ‘불허’해 결국 서울시가 노조 설립신고증을 내줬고, 실업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설립신고도 반려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를 개정해서 노조할 권리를 달라고 한 요구,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제도화하라는 요구도 인정하지 않았다. 불법파견을 저지른 재벌대기업을 처벌하라는 요구도 모르쇠를 놓았다. 비정규직 사용을 정당화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폐기하고 상시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세우자는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 완전 적용도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수시로 호명하지만, 비정규직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소위 ‘전문가’들이 반영하면 된다는 생각 이면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폄훼, 그리고 정부가 비정규직 요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이 감춰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비정규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정부에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과 최저임금을 줬다 빼앗으면서 “비정규직을 위해서”라 말하고, 그 개악에 반대하면 “비정규직을 생각하라”고 다그치고, 비정규직의 절실한 요구는 수용하지 않으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현재 ‘비정규직 그만쓰개,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에 함께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청와대와 검찰, 그리고 국회에 비정규직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100명의 비정규직과 대통령이 반드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요구했다. 첫째 날인 12일 청와대는 경찰병력을 동원해 길을 막았다. 둘째 날인 13일 검찰청장 면담을 요청하며 대검찰청 로비에 앉은 노동자들을 ‘주거침입죄’로 연행했다. 셋째 날인 14일 국회는 비정규직 대표자들이 펼친 현수막을 빼앗았다. 노조할 권리를 위해 노조법 2조를 개정하라는 요구, 불법파견 사용자를 처벌하라는 요구, 공공부문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하라는 이 요구에 대해 이들이 어떻게 답할지 지켜보겠다. 비정규직들의 면담 요구에 청와대가 어떻게 답변하는지가 그동안 무수히 ‘비정규직’을 호명했던 청와대의 진정성을 확인해 줄 것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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