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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단축에 예외는 없다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서양 속담이다. 규칙은 일반화되기 마련이고 이런 일반화 속에서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 대한 예외적인 배려는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규칙이나 법률에 있어서 예외적인 규정들이 차별로 작용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해진 여러 사업장 안전보건관리 관련 법령들이 사업장 규모나 영세성을 이유로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면 사업주들은 당장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을지 모르나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관리 수준은 낮아지고 차별받게 된다.

노동시간 문제에서도 예외는 차별을 낳는다. 이미 근로기준법 59조 근로시간·휴게시간 특례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종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바가 있다. 이번에는 근로기준법 51조의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논란의 대상이다. 59조는 특정업종에 대한 예외 규정이나 51조는 모든 노동자들에 대해서 예외적인 장시간 노동을 인정하는 것이며, 특히 30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더 긴 시간의 노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될 당시에 법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연장근로·휴일근로 등의 예외규정과 이에 대한 임의적 해석만으로도 노동자들에게 잔업·야근·특근·철야노동을 일상적으로 강요해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겠다. 80년 말에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단위기간을 4주로 해서 처음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됐으나 사용자에게 별 실익이 없었던지 87년 개정에서 삭제됐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97년에 재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다시 도입됐고 근로시간의 평균을 산정하는 단위기간은 1월 이내로 하도록 돼 있었다. 2013년 법정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단축되면서 근로시간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이유로 단위기간을 3월로 연장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그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법정노동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예외는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은 노동자들에게서 오직 일하는 능력, 노동력만을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고 수시로 교환하고 기계의 부속처럼 조립해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직장에서 일해 (자아 성취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일을 할 수 있는 활력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온전한 휴식과 여가가 필요하다. 수시로 변동되거나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노동시간은 이를 무너뜨리고, 무너진 일과 여가의 균형은 노동자와 가족들의 건강을 해칠 것이다. 노동자들의 삶에서 온전히 노동력만이 분리 추출될 도리는 없다. 인간적인 노동에 가까워지는 과정은 자신의 노동 과정과 노동시간에 대한 자율성과 자기 권리를 획득해 나가는 과정이다.

정부와 대통령은 노동시간단축은 인간다운 삶과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고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이 개정됐고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그리고는 여당의 동조로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특례조항을 두는 최저임금법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이제는 주 52시간 안착을 위한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려 한다. 그러면서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라는 규정을 전제로 한다고 강변한다. 노동조합조차 없어 노사 간의 대등한 협의라는 것이 애초 가능하지 않는 사업장에서 얼마나 부질없는 이야기인가는 두말할 나위 없다. 노동시간단축이라면서 탄력근로시간제라는 예외를 확대하는 것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더 큰 차별로 돌아간다.

어제도 오늘도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죽어 간다. 물류센터 노동자, 에어컨 설치 노동자들도 다치고 죽어 간다. 대표적으로 성수기와 비수기를 경험하게 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고스란히 적용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이다. 성수기에 쏟아지는 물량과 업무를 헤쳐 나가기 위한 장시간 노동은 사고와 질병 위험을 높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탄력적 근로시간제 축소가 필요한 지경이다.

초등학교 시절 평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물과 공기와 시간은 만인이 동등하게 누리는 것이며 마찬가지로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고 배웠더랬다. 하나 이미 물이나 공기도 같은 질이 아니며, 법이 예외적으로 차별을 허용하면 시간조차도 동등하게 누릴 수 없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더 줄여야 할 예외라면 모를까 노동시간단축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류현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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