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최근 폭로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만큼 어린이집 운영도 불투명하니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수십 년 동안 대부분 개인 원장에게 맡겨 뒀던 보육시설 운영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회서비스공단이 운영을 책임져 원장 사유화로 인한 비리를 막자는 것이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어린이집 비리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간담회는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참여연대·민변 아동인권위원회 등 25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가 주최했다.

원장의 작은 왕국, 공공영역 운영이 최선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어린이집도 비리로 얼룩져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현직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를 취합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가 분석한 어린이집 비리 유형을 세 가지다. 교사 허위등록을 통한 지원금 유용, 교구구입·특별활동과 관련한 리베이트, 급식 비리다. 어린이집 교사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14명 중 53%가 교사 허위등록을 통한 부정수급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비품 허위구매나 교재업체와 짬짜미 같은 부정은 응답 교사의 60%가 비리를 의심할 만한 경험을 했다고 대답했다.

특히 급식용으로 구매한 음식을 원장이 사적인 용도로 빼돌리거나 영수증을 부풀리는 부실급식 사례는 72%가 경험했다. 어린이집 비품으로 산 공기청정기를 원장 본인 집에 설치하고 식재료를 비롯한 일상 비품들도 원장이 본인 집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 같은 비리는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을 가리지 않고 저질러졌다. 서 부위원장은 “다양한 사례가 접수되고 내부 고발이 이뤄졌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은폐되고 있다”며 “은폐되는 가장 큰 이유는 위탁구조 때문”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어린이집 시설 4만238곳 중 개인사업자(개인원장)가 운영하는 시설이 83.7%(3만3천701곳)나 된다. 법인 운영과 국공립시설은 각각 7.9%(3천216곳), 7.8%(3천157)에 불과하다. 국공립시설 중 직영운영은 84곳뿐이다. 나머지는 민간 원장에게 위탁해 운영한다. 위탁 어린이집 55%가 법인이 아닌 개인원장에게 위탁되고 이 중 과반수가 10년 이상 장기 위탁을 받아 운영된다.

서 부위원장은 “위탁받은 어린이집은 원장 개인의 ‘것’이 된다”며 “사유화된 공간에서 어린이집 비리는 커지고 비리의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교사의 몫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30년간 민간에 맡겼던 어린이집을 공적영역에서 운영해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한 어린이집 운영이 최선의 답”이라고 강조했다.

“부모 참여 확대하고 감사권 부여해야 비리 예방”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아동 연령이 어리고 소규모 시설이 많아 원장의 시설 사유화나 전횡이 쉽고 내부고발이 어려운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 연령은 3~5세인데 어린이집 취원 아동은 0~5세다. 어린이집 취원 아동 145만명 중 0~2세가 86만명이다. 사립유치원 한 곳당 평균 원아수는 119명인 데 비해 어린이집은 36명에 불과하다.

김남희 팀장은 “어린이집 비리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소규모 개인원장의 운영시설 사유화로 인해 감시나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며 “최소한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지자체가 운영하고, 원장이 순환근무를 하도록 하는 사회서비스공단 어린이집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학부모의 어린이집 운영 참여 확대도 비리 근절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두 아이를 국공립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에 보내는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김신애씨는 “현재 학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인데 형식적으로만 운영된다”며 “학부모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에 감사 권한을 부여해 감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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